한대화 타임, 경기흐름 뒤엎은 '야왕의 세 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14 21: 22

야왕 타임이었다.
한화 한대화 감독의 용병술이 그야말로 물올랐다. 한대화 감독이 이끄는 한화는 14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KIA와의 홈경기에서 에이스 류현진의 11탈삼진 역투와 이대수의 만루홈런 등 6~7회에만 대거 12득점하는 타선의 가공할만한 집중력을 앞세워 12-3 역전승을 거뒀다. 무엇보다도 결정적인 순간 한대화 감독의 용병술이 모조리 적중했다. 승부를 뒤집고 쐐기를 박은 6회부터 7회까지는 '야왕 타임'이었다.
첫번째 수는 6회 나왔다. 0-3으로 뒤지다 장성호와 최진행의 연속 적시타로 1점차 턱밑까지 따라붙은 6회 2사 1·2루. 한대화 감독은 정원석을 빼고 고동진을 넣었다. 이에 앞서 KIA 조범현 감독은 투구수 77개를 기록한 서재응을 최진행 타석부터 사이드암 손영민으로 바꾸는 승부수를 던졌다. 손영민은 최진행에게 적시타를 맞았지만, 카림 가르시아를 1루 땅볼로 유도하며 한 고비를 넘어간 상황이었다.

그때 한 감독은 우타자 정원석 대신 좌타자 고동진을 대타 기용했다. 고동진은 손영민을 상대로 4구째 바깥쪽 낮은 직구를 밀어쳐 좌중간 적시타를 터뜨렸다. 3-3 동점. KIA는 급히 손영민을 내리고 좌완 심동섭을 기용했다. 그러자 한대화 감독은 두 번째 수를 꺼내들었다. 좌타자 김경언 대신 우타자 이대수를 대타 기용한 것이다. 이대수도 심동섭의 3구째 바깥쪽 낮은 공을 받아쳐 4-3 역전 적시타를 작렬시켰다.
한 감독의 마지막 세 번째 수는 7회 나왔다. 선두타자 신경현이 좌전 안타를 치고 나가며 만들어진 무사 1루. 강동우는 초구에 번트를 댔으나 파울이 됐다. 누가 보더라도 쐐기점을 위한 보내기 번트가 예상됐고 그렇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심동섭의 2구째가 들어오자 강동우는 번트에서 타격으로 전환했다. 페이크 번트 슬래시. 강동우가 정확하게 받아친 타구는 중전 안타가 됐고 단숨에 무사 1·2루 대량 득점 찬스로 이어졌다.
이후부터는 말할 게 없었다. 한상훈의 희생번트와 장성호의 볼넷으로 이어진 1사 만루에서 최진행이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 걸아나갔다. KIA는 흔들릴 대로 흔들린 심동섭을 강판시키고 또 다른 좌완 박경태를 넣었다. 홈 데뷔전 안타를 굶주린 가르시아는 박경태의 초구 가운데 높은 121km 커브를 통타해 우중간 펜스를 맞히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페이크 번트 작전 성공으로 분위기는 급격히 한화로 넘어왔고 이대수의 만루홈런까지 대량득점으로 연결됐다.
나지완에게 홈런을 맞을 때만 하더라도 한화는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선수들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 끈질긴 집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한대화 감독은 기다렸다는듯 신기의 마술을 부렸다. 두 차례의 대타 작전이 연이어 성공했고, 회심의 강공 작전도 거짓말처럼 적중했다. 7회 대량득점으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지자, 류현진이 8회 마운드에 오를 필요가 없었다. 지쳐있는 에이스 어깨도 아끼는 최상의 결과를 낳은 것이다. 경기흐름을 완전히 뒤엎어버린 '야왕의 세 수'. 도대체 야왕은 몇 수 앞을 내다보는 것일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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