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승' 페르난도와 김태룡 이사의 '일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15 07: 00

"베네수엘라에서 그 큰 미국으로 건너가 나름대로 버텼는데 한국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적응을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
 
그동안 연속된 부진과는 다른, 비로소 선발투수 다운 투구를 펼쳤다. 두산 베어스의 베네수엘라 출신 외국인 우완 페르난도 니에베(29)가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로 치른 첫 경기서 비교적 안정된 투구를 펼치며 비로소 적응기에 돌입하는 인상을 비췄다.

 
페르난도는 지난 14일 잠실 넥센전서 5⅔이닝 동안 93개의 공을 던지며 7피안타(탈삼진 6개, 사사구 1개) 3실점을 기록하며 승리투수가 되었다. 이는 페르난도가 한국 무대 마운드에 선 이래 거둔 첫 선발승이었다. 페르난도의 올 시즌 성적은 1승 2패 평균자책점 8.59.(15일 현재)
 
13일까지 페르난도의 시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9.51에 그쳤다. 특히 이닝 당 주자 출루 허용률(WHIP)이 무려 2.28에 달할 정도로 안정감이 떨어졌다. 페르난도가 한국 땅을 밟았을 때 2위를 기록 중이던 두산은 현재 7위까지 떨어졌고 김경문 감독이 13일 중도퇴진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특히 페르난도는 라몬 라미레즈를 퇴출한 두산이 4월 한 달을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치르는 어려움을 감수하고 선택한 야심작이었다. 그러나 기대치에 완전히 어긋나는 성적으로 팀의 하락세를 부추긴 꼴이었다. 책임이 없을 리 없었다.
 
경기 전 김태룡 두산 운영홍보부문 이사는 페르난도의 에이전트사인 옥타곤 월드와이드가 파견한 특별 통역관을 대동하고 쓴소리를 던졌다. 부산고-동아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대학리그 타격왕 타이틀 경력의 김 이사는 OB 시절 선수단 매니저로 베어스에 입사한 뒤 구단 이사까지 승진한, 베어스 선수단의 산증인이다.
 
"경기 전 페르난도에게 이야기를 했다. 그 큰 메이저리그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적응했는데 이 좁은 한국에서 왜 적응하지 못하냐고. 자기 투구패턴만 고수하지 말고 동료와의 호흡도 중시하면서 투구하라고 전했다. 과도기를 거쳐 이제는 리그에 적응해야 하지 않겠는가".
 
2군에 한 차례 다녀온 페르난도의 적응을 위해 애썼던 이 중 한 명이 김 이사였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페르난도의 직구 최고 구속이 150km대 초중반까지 상승했다. 또한 현재 외국인 선수 수급 시장이 좋은 편이 아니라 반드시 좋은 투수를 뽑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다. 때문에 김 이사는 일단 현재 데리고 있는 페르난도의 잠재력을 최대화 시키고자 했다.
 
6회 2점을 내주며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점 이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페르난도지만 5회까지 그의 투구는 분명 외국인 투수 다웠다. 최고 152km의 직구에 낙차각이 큰 슬라이더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며 제구에도 힘썼다. 5회까지 79개의 공을 던지며 스트라이크 52개-볼 27개로 안정적인 투구내용까지 곁들였다.
 
"가운데로 무작정 집어넣지 말라니까. 그러니까 안타 맞는 거지. 아직도 어리네 어려". 6회 연속 피안타로 흔들린 페르난도를 바라보며 가볍게 미간을 찌푸린 김 이사. 그러나 그의 이야기 속에는 뒤늦게나마 정상 궤도를 향해 가는 페르난도에 대한 일말의 안도감이 숨어있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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