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승 1위를 달리고 있는 '광속 사이드암' 박현준(25, LG 트윈스)이 최근 4경기에 1승3패로 부진에 빠졌다.
1승3패를 기록한 4경기에서 뚜렷한 특징이 있다. 바로 등판 간격이다. 승리를 거둔 지난 4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5일 휴식 후 6일째 되는 날 등판하면서 7이닝 6피안타 2사사구 6탈삼진 4실점(4자책)을 기록했다.
그러나 3패를 당한 나머지 3경기에서는 모두 4일 휴식 후 5일째 등판해 5월 29일 목동 넥센전 3이닝 6실점, 6월 9일 잠실 한화전 5⅔이닝 4실점, 14일 대구 삼성전 3⅔이닝 5실점을 기록하며 퀄리티 스타트를 한 번도 달성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박현준은 지난 4월 3승2패를 기록한 뒤 5월에도 거침없는 4연승을 달리며 '원조 괴물' 류현진(한화)을 넘어서는 것이 아니냐는 칭찬과 찬사가 끊이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모습은 두 단계 도약을 위한 당연한 성장통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지만 그의 부진에 대해 놀라워 하는 이들도 많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 때문에 최근 페이스가 많이 흔들리는 것일까.
올 시즌 박현준은 14경기에 선발 등판했는데, 선발 등판 후 다음 등판까지 휴식일을 살펴보면 최근 투구 내용을 분석할 수 있다.
박현준은 올 시즌 4일 휴식 후 5일째 되는 날 총 6차례 선발 등판해 35이닝을 소화했다. 자책점은 20점이며, 삼진은 36개난 잡아냈다. 사사구는 20개, 피안타도 33개가 됐다. 이 때문에 평균자책점이 5.14나 된다. 15일 현재 올 시즌 평균 자책점 4.04에 비해 1.10이나 높다. 이닝별 주자 출루도 1.51이고, 가장 중요한 사사구 비율이 9이닝당 5.14개나 된다. 즉, 제구에 어려움을 느꼈다는 것을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5일 휴식 후 6일째 선발 등판한 5경기에서는 총 30⅔이닝 동안 자책점이 13점밖에 되지 않는다. 삼진은 26개지만 사사구 숫자는 10개 밖에 되지 않는다. 덕분에 평균자책점은 3.82에 그쳐 시즌 평균자책점보다 0.18점이나 낮다. 특히 8이닝당 사사구 비율이 2.93으로 하루 휴식을 더 취한 박현준의 제구력은 매우 향상됐음을 알 수 있다.
6일 휴식 후 7일째 되는 날이었던 지난 5월 3일 잠실 두산전에 한 차례 선발 등판한 박현준은 9이닝 동안 삼진을 10개나 솎아내며 3피안타 3사사구 이닝당 출루도 0.67, 피안타율도 1할1푼1리, 9이닝당 삼진도 10.00개나 됐다. 충분한 휴식을 취한 박현준은 언터처블에 가까웠다는 점을 통계를 통해 정확히 확인했다.
14일 경기 전 기자들을 만난 박현준은 "오늘 등판을 위해서 무조건 잠만 잤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또 다시 4일 휴식 후 선발 등판에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서 현재 박현준의 등판 스케줄보다 하루 더 휴식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박종훈 감독의 마음 속에는 박현준이 귀중하다. 지난해 SK에서 트레이드 되어 온 박현준은 봉중근을 대신해 에이스 역할을 맡아 상대 에이스들과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뒀다. 그러나 아직까지 정규시즌 절반도 돌지 않은 시점에서 시즌 막판과 같은 운영보다 차분하게 여름 무더위를 이겨내고 가을을 준비하는 모습이 필요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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