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한 류현진, 되찾은 '괴물 본색' 돌아온 공포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15 07: 46

"야수의 모습이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이 작심했다. 류현진은 지난 14일 대전 KIA전에서 7이닝 5피안타 2볼넷 11탈삼진 3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시즌 6승(6패)째를 챙겼다. 6회 나지완에게 스리런 홈런 맞은 것을 빼면 흠잡을 데 없는 피칭.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에서 2이닝 7피안타 1볼넷 1탈삼진 5실점(4자책)으로 무너지며 불거졌던 '이상설'을 모두 잠재웠다. 그는 승리에 굶주렸고 작심하고 세게 던졌다.
사실 부담스런 경기였다. 불과 3일 휴식을 취하고 4일째 등판했다. 데뷔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롯데전에서 투구수가 49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그때 2회부터 내릴 생각이었다. 그런데 에이스 자존심도 있으니 조금 더 던지게 했다"며 "계속 놔뒀다가는 계속 던지겠다고 할 것 같았다. 정민철 투수코치를 통해 '오늘은 그만 던지고 화요일에 던지면 어떻겠냐'고 했다. 그러는 게 좋겠다고 하더라"고 떠올렸다.

류현진은 작심했다. 이날 경기전부터 "이제부터는 세게 던지겠다"고 공언했다. 그를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봐온 조대현 트레이닝 코치도 "오늘은 괴물이 될 것"이라며 "몸 상태가 아주 좋아 보인다. 지난 경기에서도 부진했지만 크게 이상이 있는 건 아니다. 병원진료를 받거나 근골격에 문제있는 건 아니다. 주기적으로 사이클이라는 게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는 없다"고 류현진 이상설에 대해 확실하게 단도리쳤다. 그리고 이는 모두 허언이 아니었다.
 
이날 류현진은 총 110개의 공을 던졌다. 직구 최고 구속은 152km였고, 절반이 넘는 60개의 공이 145km 이상 강속구였다. 1회부터 작심한듯 150km 강속구를 4개나 뿌렸다. 7회에도 직구 스피드는 무려 151km가 찍혔다. 평소 상황에 따라 힘을 빼고 던지던 강약 조절은 보이지 않았다. 1회부터 7회까지 줄곧 빠른 공을 던졌다. 이날 그가 잡은 탈삼진 11개 중 7개가 직구로 돌려세운 것. 특히 5회 무사 1루에서 김상현을 상대로 몸쪽 직구 3개로 스탠딩 삼진 처리한 건 백미였다.
경기 후 정민철 투수코치는 류현진에 대해 "오늘 (류)현진이는 야수의 모습이었다. 먹잇감을 잡듯이 토끼를 잡듯이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다. 경기 전부터 '오늘은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자존심을 만회하려고 작심했고 무시무시한 피칭을 했다. 비록 홈런을 하나 맞았지만 그건 타자가 잘 친 것이다. 정말 대단한 피칭을 했다"고 평가했다. 한대화 감독도 "3일 휴식 뒤라 조금 우려가 있었는데 잘 던져줬다"며 "에이스가 호투하면서 이겼기 때문에 더 기분 좋은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류현진 스스로도 "롯데전 이후 느낀 게 많다. 그때는 정말 배팅볼 던지듯 던졌다. 살살 던지지 않고 세게 던지기로 마음먹었다"며 "직구가 좋았기 때문에 직구를 세게 많이 던졌다"고 말했다. 지난주 호소한 어깨 뭉침에 대해서도 "아픈 게 아니라 조금 뻐근한 것이다. 많이 못 쉬어서 그런데 이제는 괜찮다"고 자신했다. 그는 "평균자책점이 내려가지 않아서 걱정"이라며 "이제부터는 1회부터 전력 피칭해서 계속 점수를 안 주겠다"고 선언했다. 작심하고 독품은 괴물 본색. 타팀에게는 공포였고, 한화에게는 진정한 자존심 회복이었다.
한화도 그동안 승승장구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구석 왠지 모르게 느껴진 허전함도 없어졌다. 어려울 때 누구보다 고생한 괴물이 완전한 모습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괴물도 팀도 계속 치고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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