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전성공? 선수들이 잘한 것" 한대화 감독 손사래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15 12: 06

"작전이라는 건 선수들 하기 나름이야".
한화 한대화 감독의 용병술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내는 작전마다 족족 맞아 떨어진다. 신들린 용병술로 야왕이라는 칭호가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고 있다. 지난 14일 대전 KIA전이 백미였다. 3차례의 대타 작전과 페이크 번트 슬래시 작전이 그대로 적중했다. 경기는 12-3 한화의 역전승으로 끝났고 한 감독의 용병술은 그야말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정작 한 감독은 "그게 뭐 그리 대단한 것인가. 결국 우리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며 손사래쳤다.
백미는 6회였다. 2-3으로 따라간 6회 2사 1·2루. KIA 투수는 사이드암 손영민이었고 한대화 감독은 2타수 무안타로 부진했던 정원석을 빼고 좌타자 고동진을 기용했다. 고동진은 손영민으로부터 좌중간 적시타를 터뜨리며 3-3 동점을 만들었다. KIA는 곧장 좌투수 심동섭으로 마운드를 교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좌타자 김경언 대신 선발에서 빠졌던 우타자 이대수를 기용했다. 이대수는 심동섭을 상대로 결승 중전 적시타를 날렸다.

한 감독은 전현태 타석에서 이여상을 대타로 교체했다. 이여상은 비록 대타 타석에서는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지만 잘 맞은 타구를 날렸다. 결국 8회 두 번째 타석에서 좌월 솔로 홈런을 터뜨렸다. 이에 앞서 이대수는 만루홈런을 작렬시켰다. 고동진 이대수 이여상 등 대타로 나온 3명의 타자가 5타수 4안타 2홈런 7타점을 합작하는 가공할 만한 활약을 펼쳤다. 사실상 교체선수들이 경기를 뒤집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들을 적재적소에 기용한 사람이 바로 한 감독이었다.
그러나 한 감독은 "내가 아니라 어떤 감독이든 그렇게 기용했을 것이다. 당연한 것인데 뭐 그리 대단하다고 그러냐"며 손사래를 쳤다. 맞는 말이다. 사이드암을 상대로 좌타자를 기용하고, 좌투수를 상대로 우타자를 기용하는 건 지극히 상식적이다. 중요한 건 그 시점에서 그러한 카드를 꺼내들 수 있는 상황을 만든 것이다.
한 감독은 서재응을 상대로 선발 라인업에 좌타자만 6명을 배치해 우타 대타 카드를 아껴놓았다. 그 와중에 고동진이라는 좌타 대타도 숨겨뒀다. KIA 벤치를 적절하게 압박하며 사이드암과 좌투수를 차례로 끄집어 내게 만들었고 차례로 적절하게 대타를 기용했다. 성공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또 하나의 백미는 7회 강동우 타석이었다. 무사 1루에서 초구에 번트 파울을 한 강동우는 2구째 갑자기 강공으로 전환해 중전안타를 날렸다. 단숨에 무사 1·2루 찬스가 되면서 분위기가 한화 쪽으로 급격하게 넘어왔고, 이는 8득점이라는 대량 득점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에이스 류현진을 아끼는 부수 효과도 누렸다. 한 감독은 "따로 작전을 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원래 그 상황에서 선수한테 맡긴다. 번트 후 수비가 모이면 상황에 따라 타격하기로 했다. (강)동우가 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 감독은 연이은 작전 성공에 대해 "선수들이 잘한 것이다. 원래 작전이라는 것은 선수들 하기 나름"이라며 모든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왕은 신하들을 아꼈고, 신하들은 그런 왕을 존경한다. 이날 경기 후 에이스 류현진은 한대화 감독 이야기가 나오자 "진정한 야왕님"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전해들은 한 감독은 호탕하게 웃었다. 요즘 한화 팀 분위기가 이렇다. 감독은 선수들에게 공을 돌리고, 선수들은 그런 감독을 믿고 따르고 있다. 한화가 잘 나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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