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과연 정의로운 기업은 존재하나?”, 신간 '키친아트 이야기'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1.06.15 13: 46

-노사협력, 키친아트에서 길을 찾다
노사분규, 비정규직 문제 등 기업과 직원 간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 우리 사회다. 경영진은 ‘직원 연봉이 7000만 원이 넘는데 파업을 할 수 있느냐’며 직원들에게서 기업가정신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소연하고, 직원은 ‘밤에는 일하지 않고 잠자고 싶다, 월급제로 바꿔달라’며 회사에서 꿈과 열정을 찾기 힘들다고 말한다. 노사가 똘똘 뭉쳐 위기를 극복해나가야 하는데 왜 경영진과 직원 간의 불신의 골은 깊어만 가는 것일까.
최근 재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이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이익공유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이익공유제라는 말이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통용되는 말이냐고 반문한다.

더욱이 금융위기가 불거진 뒤 자본주의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과연 어떤 형태의 기업이 자본주의에 적합한 모델’인지 고민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의 중심에 서 있던 리먼브러더스는 단기성과에 눈이 멀던 경영진의 탐욕으로 158년의 역사를 뒤로한 채 끝내 파산하고 말았다. 맥없이 쓰러지는 회사, 탐욕으로 파멸을 불러온 경영진에 대해 직원들은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공정과 정의, 상생이라는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현실이 이에 상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고민을 속 시원하게 풀어줄 수는 없을까? ‘정의롭고 공정한 기업’과 ‘꿈과 열정을 불어넣는 회사’는 우리나라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일까?
이런 고민에서 시작된 책이 바로 《키친아트 이야기》이다. 경제부 기자로 기업가정신을 줄곧 취재해온 저자 정혁준은 이 책에서 널리 알려진 대기업이 아니라 고작 직원 수 20명인 키친아트에 주목했다. 이는 ‘주방 속의 예술 감각’이라는 슬로건으로 여성들에게 널리 알려진 키친아트가 우리 사회에 화두를 제시하고 자본주의의 새로운 경영 모델을 제시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다.
키친아트는 전 직원의 퇴직금을 모아 부도기업을 10년 연속 흑자 기업으로 만든 놀라운 기업이다. 1980년대만 해도 첨예한 노사 갈등으로 열정이라곤 찾아볼 수 없던 회사가 지금은 노사 간에 소통하고 서로 신뢰하는 회사로 재탄생했다. 결코 타협하기 어려운 노사 간의 갈등을 ‘상생’이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할 수 있다’는 마인드와 기업가정신으로 불가능을 뛰어넘어 위대한 성공 드라마를 써내려가고 있다.
주방용품을 파는 키친아트는 직원이 고작 20명밖에 안 된다. 경영진 중 대졸 출신이 한 명 뿐이고, 주주는 직원 수의 열 배가 넘는 280여 명이나 된다. 4000개가 넘는 주방용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만 공장 하나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매출액은 무려 700억 원. 외부에 드러난 키친아트의 모습이다.
《키친아트 이야기》는 이미 드러난 성공 전략만을 얘기하지 않는다. 그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전달하기 위해 시간을 되돌려 키친아트의 성장 과정에 대해 하나하나 조명해낸다. 전신 기업인 경동산업 시절부터 직원들의 눈물과 땀으로 일궈낸 지금의 키친아트가 있기까지 키친아트 사람들의 성공과 좌절이 담겨 있다. 그래서 이 책에는 직원들의 눈물겨운 투쟁과 열정이 들어 있고, 노사 간 소통해가는 과정들이 한편의 경영 드라마처럼 진솔하게 이야기되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서 키친아트와 같은 경영방식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기 때문에 그들의 실험적인 도전을 더욱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강희수 기자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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