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관한 보고서
매달 용돈받는 사병 42%
면회메뉴 피자·치킨 인기

[이브닝신문/OSEN=김미경 기자] 남자 셋 이상만 모이면 반드시 하게 된다. 기어코 회자되는 ‘군대얘기’다. 화제를 돌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군대에서 축구한 얘기’가 이어진다. “걸그룹에 회생”하고 “귀대 땐 탈영까지 생각해봤다”는 예비역·민방위로 돌아온 주위 민간인들의 술안주로 올라온다. 이 정도는 애교다. 졸병 때 무지하게 맞은 후 부모님께 전화시켜주던 말년 고참을 떠올리며 엉엉 울기까지 하는 감성 풍부한(?) 50대 아저씨도 꼭 있다. 레알 생존경쟁의 약육강식, 군대에 대한 만만한 순위보고서다.
궁금해졌다. 연예인을 불문하고 막 제대한 20대부터 전역 후 20~30년이 훌쩍 지난 대한민국 남성들은 왜 여전히 군대 얘긴가. 주변 지인들에게 물었다. ‘그냥 술먹으면 생각난다’는 P씨부터 ‘영웅 심리에 절반은 뻥으로 둘러댄다’는 K씨와 ‘별별 욕 다 배웠다’는 Y씨, 그리고 사회생활이 지칠 때면 밤새 재설 작업했던 군 시절을 떠올린다는 L씨까지. ‘남자’에게만 있는 ‘트라우마’ 같은 거란다.
세상의 팔할을 군대에서 배웠다는 박모(54)씨는 요새 격세지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올 초 입대한 아들에게 매달 용돈을 부친다. 월급(이등병 7만8300원, 일병 8만4700원, 상병 9만3700원, 병장 10만3800원)을 받고 있다지만 PX(군대매점), PC방(지식정보방) 등을 몇 번 다니다보면 돈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란다. 외박이나 외출을 나올 때면 별도로 10만원 정도를 송금해준다. 실제로 국회사무처 소관 안보경영연구원이 지난해 현역병 7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사병의 41.9%는 부모 등으로부터 평균 5만8020원의 용돈을 매달 송금받는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면회객들의 주 메뉴도 바뀌었다. 10년전만 해도 백숙이나 부침개, 김밥 등을 직접 싸와 장병들을 찾았지만 피자나 치킨 등을 위병소 앞까지 주문해 가져간다. 변변한 간식거리가 없었던 1970년대 이전에는 누룽지가 병영의 별미로 각광받았다. 이후 1970년대 중반 등장한 초코파이는 당분 섭취의 간식거리로 여전히 인기다. 최근엔 즉석에서 조리할 수 있는 냉동식품이 별미로 꼽힌다. 전자레인지로 5분만 가열하면 따끈한 짬뽕면이나 양념곱창, 닭강정 등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그중 병사들이 가장 즐겨 먹는 간식은 봉지에 든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먹는 ‘뽀글이’로 나타났다. 국방홍보원이 최근 병사 400여명과 군에 간 자식을 둔 부모 2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나온 결과다. 이어 초코파이(27%)가 순위에 올랐다. 쌀로 만든 건빵은 7%에 그쳤다.
전역하고 나서도 한동안 뽀글이의 후유증에 시달린다는 남자도 여럿 있다. 이외에 사라진 입맛도 되돌린다는 궁극의 양념장 맛다시, 햄버거 대신 먹던 군대리아 등은 국군장병들의 구전을 통해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성 및 기타 일반인들까지 알고 있는 군대 간식으로 통한다.
노래 ‘그리운 어머니’ ‘이등병의 편지’에 군장병들의 눈시울이 붉어진다거나 발을 들여놓자마자 “여기 사람 사는 곳이 아니구나”라고 직감했다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면 끊임 없이 회자되는 군 얘기의 연속성에 고개를 끄덕일 듯도 싶다.
kmk@ieve.kr/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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