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그러든 남자들 ‘남성’을 찾을까
OSEN 이은화 기자
발행 2011.06.15 18: 38

아버지와 관계 단절
현대인 불행의 시작
40년전 여성 해방처럼

역할에서의 자유 필요
남자, 다시 찾은 진실 
스티브 비덜프|416쪽|푸른길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이십대 중반에서 오십대 중반에 이르는 100명의 남자들이 모였다. “여러분의 아버지와 좋은 관계를 맺고 있습니까.” 이 질문은 남자들을 불편한 침묵에 빠지게 했다. 100명 중 30명은 최악이었다. 아버지와 이야기조차 나누지 않은 이들이다. 다른 30명은 그나마 좀 나았다. 가족 모임에서 아버지를 만났다. 하지만 선인장 같은 관계였다. 곧추 선 가시는 자주 서로를 위협했다. 그렇다면 나머지 30명은? 규칙적으로 아버지의 안부는 묻는다. 하지만 의무감이다. 아버지와의 대면은 그저 ‘해치운’ 일이다. 이제 비로소 10명이 남았다. 운이 좋은 이들의 시작은 훌륭한 아버지를 뒀던 데 있었다. 성인이 된 아들들의 삶 속에 아버지는 감정적인 방어벽을 두둑이 쌓았다.
그렇다면 대다수 이들 남자들의 불행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현대 남자들이 행복하지 못한 배경엔 아버지의 부재가 있었다. 지난 수천 년의 인류역사를 거슬러 볼 때 오늘의 젊은이들은 현저하게 아버지의 영항을 받지 못한 채 자라났다는 거다. 그렇게 아버지로부터 상처를 받은 아들들은 다시 아버지가 되어 상처를 대물림한다.
아버지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남자가 여자에게 과연 누구인가도 중요한 문제였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최악의 상황은 이렇다. “결혼생활을 한지 50년이 됐는데 싸울 때마다 내가 항상 이긴다.” 역동적이고 긍정적인 결혼의 비밀도 이 지점에서 풀렸다. 부부 간에 다툴 때는 이기적인 목적을 둬서는 안된다는 거다. 여자는 안전하고 건설적인 방법으로 자신들에게 맞설 줄 아는 남자를 좋아한다고 조언했다.
무수한 남자들은 컴퓨터 모니터를 앞에 두고 끊임없이 묻는다. ‘이런 게 삶이야?’ 여기엔 걸어다니는 지갑의 역할을 유지해오다 그만 남자로서의 인간성을 잃어버렸다는 자조가 깔렸다. 책이 나선 부분은 이곳이다. 해묵은 역할에서 자유를 주고 건강한 남성성을 되찾자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들이 다시 예전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은 남는다. 물론 남자의 삶에는 이제껏 우리가 그러려니 하고 살았던 것 이상의 무엇이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다. 변화가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40여년 전이던 1970년대 초부터 여자들이 이미 시도한 그 일을 할 때가 됐다는 거다. ‘남성 해방’이다. 성차별에서 벗어나고자 시도했던 여성의 시도와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종류의 남성이 나올 시점이란 의미가 강하다.
지금 남자, 당신을 휘감고 있는 진실을 들여다보라는 충실한 직언이 눈에 띈다. ‘당신은 죽을 것이다’ ‘삶은 힘들다’ ‘당신은 그렇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다’ ‘당신의 삶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결과는 당신 손에 달려 있지 않다’. 그리고 ‘고통의 때를 통과하는 그때가 완전한 인간으로 진입하는 바로 그때’라고 다독인다. 지나치게 부정적인가. 하지만 이 선택도 다시 남자의 몫이다. 숙명으로 받아들이든가 거부하든가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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