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들의 총체적 가이드 제시
재능보다 꾸준한 연습이 ‘살길’
정보 얻는 최적의 방법은 인터뷰

하버드 글쓰기 강의
바버라 베이그|388쪽|에쎄
[이브닝신문/OSEN=오현주 기자] 어느 날 유명한 음악가 두 사람이 뉴욕의 웨스트사이드 거리를 걷고 있다. 이때 한 노부인이 다가가 정중하게 묻는다. “실례지만 카네기홀로 가는 길을 아시는지요?” 두 음악가는 서로 바라보며 의미 있는 미소를 띠더니 노부인에게 말한다. “꾸준히 연습하는 겁니다.” 그런데 비단 이것이 음악가에게만 해당되는 일인가.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소통의 작업인 글쓰기에 대한 A부터 Z까지를 담았다. 초보 작가부터 베테랑 작가까지 글쓰기를 해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총체적인 가이드에 나선다. 기본 바탕이 되는 ‘생각 모으는 법’부터 난삽하게 흩어져 있는 편린들을 정리하는 ‘글쓰기 마무리’까지 빈틈없이 망라했다.
다만 중요한 전제 한 가지를 세웠다. 작가는 타고난 것이 ‘아니다’라는 거다. 글쓰기에 관한 대단히 잘못된 판단은 재능을 타고난 소수의 사람만이 잘 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다. 글쓰기를 재능으로 몰고 가는 접근이 가져오는 부작용은 적잖다. 글을 쓰는 데 재능을 타고 났다고 믿는 이들은 연습에 게을러지고, 재능이 없다고 믿는 이들은 글쓰기를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음악가나 운동선수들처럼 끊임없이 연마하고 연습해야 하는 작업이 글쓰기라고 강조한다.
고된 단련이 아니라 즐기는 훈련으로 접근하기 위해선 다양한 도구들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다고 이른다. 창조력, 기억력, 관찰력, 상상력, 잠재의식, 호기심 등이다. 자신만의 목소리와 필력을 개발할 수 있는 창구인 셈이다.
글쓰기의 확실한 연습방법으로 ‘프리라이팅’을 제시했다. ‘마음가는대로 쓰기’ 정도로 풀이될 프리라이팅의 역할은 뭔가를 쓰기 전에 생각 엔진을 데우는 것이다. 몇 가지 지침도 붙었다. ‘적어도 10분 동안은 계속 펜을 놀려라’ ‘쓰는 도중 다른 표현이 생각나더라도 먼저 쓴 것에 줄을 긋거나 편집하지 마라’ ‘자신이 쓴 것을 서둘러 읽어보지 마라’ 등이다. 한 가지 더 있다. ‘쓰고 있는 글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 글 자체의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는 거다. 다만 여기엔 창조적인 기능과 비판적인 기능,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각과 이미지, 어휘를 동원해 말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영역과 그런 어휘와 생각을 평가하는 영역의 조화다.
프리라이팅에 이어 준비해야 할 것은 ‘자료 모으기’다. 생각도 모으고, 책 속의 글귀도 모으고, 그동안 보았던 영화의 장면들까지 모아두는 작업이다. 또 작가로서의 읽기는 기본이다. 내용에 관한 생각을 채우는 데는 책읽기 이상의 작업이 없다고 방점을 찍는다.
글쓰기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한 최적의 방법으로는 인터뷰가 꼽혔다. 여기서 인터뷰는 정중한 대화가 아니다. 호기심을 깨우는 단서인 동시에 의문을 체계화하는 습관이 된다.
예비 작가들에겐 죽비 같은 일침도 놓는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할 말을 담은 내용이란 거다. 문장을 수려하게 꾸미는 어휘가 아니라고 역설한다. 글쓰는 일에도 치장보단 단단한 근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euanoh@ieve.kr /osenlif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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