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귀포는 그랜드슬램이었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확실한 존재감을 선사했다.
한화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가 화끈한 그랜드슬램으로 복귀 홈런을 신고했다. 가르시아는 지난 15일 대전 KIA전에서 1-4로 뒤지던 6회 2사 만루에서 아퀼리노 로페즈의 2구째 바깥쪽 높은 146km 직구를 밀어 좌측 담장을 그대로 넘어가는 비거리 105m 만루홈런을 작렬시켰다. 비록 팀이 재역전패하며 빛이 바랬지만 가르시아라는 이름 넉자가 주는 중량감이 어떠한 것인지 제대로 증명했다.
복귀 후 가르시아는 확실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 10~12일 사직 롯데전에서 13타수 2안타 타율 1할5푼4리에 그쳤다. 2개의 안타 모두 단타였다. 14일 대전 KIA전에서 2루타로 장타를 신고했으나 5타수 1안타로 정확성은 높지 않았다. 18타수 3안타 타율 1할6푼7리 2타점. 하지만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를 따로불러 "너무 빨리 보여주려고 하지 말라. 천천히 보여줘도 되니 부담을 떨쳐라"고 주문했다.

주문은 적중했다. 비록 팀이 재역전패했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 가공할 만한 한 방을 터뜨렸다. 최고 148km 직구를 원하는 곳으로 제구하는 로페즈의 공에 끌려다니던 6회. 한화는 만루 기회를 잡았지만, 4번타자 최진행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 흐름이 그대로 끊기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타석에 들어선 가르시아는 특유의 적극성으로 2구째를 공략해 있는 힘껏 밀어쳤다. 힘 하나는 확실했고 대단했다.
가르시아의 홈런에 한화 구단도 반색하고 있다. 경영진 개편과 팀 전력 강화를 위한 증표가 바로 가르시아였기 때문이었다. 한화는 지난달 중순 경영진이 교체된 후 외국인선수 교체에서 투자와 지원에 대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대화 감독은 이미 적응을 마친 검증된 외국인 타자 가르시아를 원했고 구단도 믿고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5번째 경기에서 왜 그를 영입했는지에 대한 이유를 증명해 보였다.
지난해 가르시아는 26홈런 중 좌측 또는 좌중간으로 밀어쳐 넘긴 게 고작 4개였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담장을 넘겼다. 아직 표본은 적지만 5경기에서 7타점. 한대화 감독은 "굳이 홈런이 아니라도 찬스에서 적시타만 많이 쳐줘도 좋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타점 생산능력으로 팀에 공헌하고 있다. 경기 전 가장 먼저 그라운드에 나와 배팅훈련을 시작한 노력이 조금씩 그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가르시아는 "경기를 뒤집는 만루홈런을 때려 기뻤는데 경기에 져서 아쉽다"며 "그동안 시차적응 때문에 몸이 무거웠는데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의 말에 이제는 힘이 실린다. 역시 거포는 홈런을 쳐야 빛이 난다. 가르시아가 돌아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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