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야구는 다이내믹하다. 역전승도 많고 역전패도 많다. 연일 손에 땀을 쥐는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이기든 지든 재미있다.
한화는 지난 14~15일 대전 KIA전에서 극적인 장면을 수차례 연출했다. 3연전 첫 날이었던 14일에는 0-3으로 뒤지던 경기를 순식간에 12-3으로 뒤엎었다. 에이스 류현진이 나지완에게 6회 선제 스리런 홈런을 맞아 흐름을 내주는가 싶었지만 6~7회 대거 12득점을 폭발시키며 역전시켰다. 15일 경기에서도 0-4로 리드당하던 경기를 5-4로 역전시키다 다시 5-6으로 재역전패했다. 이대수와 카림 가르시아는 2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합작하며 화끈한 장타쇼까지 선보였다.
짜릿한 역전승이 많은 건 긍정적이다. 올해 한화는 역전승이 15승으로 삼성(18승)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하지만 한화의 시즌 승수가 26승이다. 역전승 비율로 따지면 57.7%로 가장 높다. 특히 5회까지 뒤지던 경기를 뒤집은 게 9차례로 리그에서 가장 많다. 그 중에 3승이 9회 이후 역전시킨 것이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도 3차례로 롯데와 함께 최다. 마지막까지 절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팀이 한화다.

역전승의 가장 큰 비결은 역시 타자들의 집중력이다. 한화의 시즌 팀 타율은 2할4푼4리로 꼴찌 넥센(0.243)보다 불과 1리 높은 전체 7위에 불과하다. 얼마 전까지는 최하위였다. 그런데 득점권 팀 타율은 무려 2할9푼1리로 리그 전체 1위에 랭크돼 있다. 특히 5월 이후 득점권 타율만 따지면 8개 구단 유일한 3할대(0.311) 팀이다. 확실하게 필요할 때 득점을 뽑아주니 승부처에서 뒤집는 경기가 많아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투수들의 역할을 빼놓고는 역전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한대화 감독도 "선발투수들이 어느 정도 버티면서 승부가 되는 경기를 하니까 역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4번타자 최진행도 "투수들이 잘 던져주고 있기 때문에 타자들도 힘을 내야한다는 의지가 생기고 있다. 투수와 타자 사이에 믿음이 커졌다. 한 번 분위기를 타면 언제든 역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이 가장 크게 달라진 부분"이라고 거들었다.
물론 역전승만큼 역전패가 많은 건 아쉬움이다. 한화는 올해 역전패가 14패로 LG와 함께 롯데(16패) 다음으로 많다. 특히 5회까지 리드하다 뒤집힌 경기가 8차례나 된다. 이 역시 9차례를 기록한 롯데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불안한 불펜이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 한화는 5월 이후 선발진 평균자책점이 4.27로 5위지만 불펜진 평균자책점은 유일한 5점대(5.06)로 최하위다. 팀 블론세이브도 무려 11개로 리그 최다. 오넬리 페레즈(5개)의 위엄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한화가 지는 경기에서도 결코 허무하게 물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14차례 역전패 중 재역전패가 7차례로 가장 많다. 리드하던 경기를 그냥 내준 게 아니라 한 번 뒤집었다가 아쉽게 내준 것을 의미한다. 지더라도 쉽게 지지 않았다. 승패를 떠나 요즘 한화 야구가 열광받고 있는 이유다. 한화 그룹 고위층에서도 "경기에서 지는 것은 괜찮다. 다만 끈기있게 재미있게 해달라"고 야구단에 주문했다.
올해 한화는 야구에서 끈기와 재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인생사가 그렇듯 한화 야구는 완벽하지 않지만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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