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끝은 좋아졌다. 다만 볼이 좀 낮게 가야 할 텐데".
데뷔 초기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했고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을 때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한창 야구의 맛을 알아갈 시점 병역의무를 해결해야 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야구 인생에서 그는 기대 이상의 호투를 향해 스파이크 끈을 동여맸다.

올 시즌 7위(25승 2무 33패, 16일 현재)에 그치는 부진 속 김경문 전 감독의 사퇴를 겪은 두산 베어스. 두산은 17일 대전 한화전서 계투 추격조였던 우완 김승회(30)를 선발로 내세운다. 김승회의 선발 출격은 지난 2007년 5월 29일 잠실 한화전(5⅓이닝 6피안타 4실점 승패 없음) 이후 처음이다.
2003년 배명고-탐라대를 거쳐 두산에 입단한 우완 김승회는 이듬해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1군 무대에 출장하지 못하는 등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다 2006시즌 이재우, 이재영(SK)의 병역 공백을 틈 타 계투 요원으로 활약했다. 61경기 6승 5패 10홀드 평균자책점 3.95가 그의 당시 성적. 김승회는 김명제(임의탈퇴)와 함께 전력 약화가 심했던 두산의 허리를 지켰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마운드에서 최고 151km의 직구를 던지는 그에게 팬들은 '땀승회'라는 별명을 짓기도 했다. 마땅한 변화구 옵션은 없었으나 워낙 볼 끝이 묵직했던 만큼 당시 김경문 감독 또한 그를 선발-계투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투수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러나 김승회는 2007년 42경기 2승 6패 8홀드 평균자책점 4.54의 성적표를 남긴 뒤 공익근무 입대했다. 한창 제 존재감을 떨칠 시기에 병역의무의 길을 걸었던 김승회는 지난해 소집해제했으나 제대로 된 투구 밸런스를 보여주지 못하며 25경기 1패 2홀드 평균자책점 4.24에 그쳤다.
올 시즌 김승회는 승리계투가 아닌 추격조로 편성되어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 주목받는 보직도, 손에 땀을 쥐는 상황에 등판한 것도 아니지만 일단 8경기 평균자책점 2.70(16일 현재)을 기록 중. 표본이 적지만 최고구속이 140km대 후반까지 회복되었다는 점은 일말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김광수 감독대행 또한 김승회에게 선발 기회를 준 데 대해 "볼 끝이 이전보다 좋아졌다"라는 이야기를 꺼냈다. 다만 "볼이 조금 더 낮게 제구되어야 한다"라는 말로 유의사항도 잊지 않았다. 선천적으로 강한 어깨를 갖춰 구속보다 묵직한 볼 끝을 보여주지만 결국 타자가 어려워하는 코스로 제구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김경문 감독도 김광수 대행도 그의 묵직한 볼 끝을 높이 평가하며 선발 기회를 부여했고, 또 한 번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이전의 단조로운 투구 패턴에서 좀 더 완급조절 능력을 더해 확실한 호투를 보여주고 싶다"라는 목표를 이야기한 김승회가 '신데렐라맨'이 될 수 있을 것인가.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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