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써니’ 속 수지라는 인물은 차갑고 도도한 ‘얼음 공주’다.
시끌벅적한 학교 교실에서도, 한바탕 춤판이 벌어지는 친구 집에서도 그는 늘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읽는다. 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있으면 거침없이 욕설을 해댄다. 인형같이 예쁘장한 얼굴로 말이다.
배우 민효린의 첫 인상 역시 ‘얼음 공주’에 가깝다. 쉽게 말 붙이기 힘든 새침데기 이미지다. 또 고생 모르고 자랐을 법한 ‘엄친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그가 수지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6월의 어느 날, 첫 스크린 도전작 ‘써니’의 대박 흥행에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는 민효린을 만났다. 극중 수지의 차가움은 온데간데없이 실실 웃는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털털했고, 생기가 넘쳤다.
타고난 피부미인? 천만에요!
올해 나이 스물여섯인 민효린은 피부가 유독 좋은 여배우 중 하나다. 그 흔한 뾰루지 하나 없다. 그토록 꺼린다는 민낯 사진을 공개할 정도로 이른바 ‘꿀피부’의 소유자다. 자신만의 특별한 피부 관리 비법이라도 있는 걸까.
“전 스킨과 에센스, 로션만 발라요. 제가 아는 분 중에 뷰티 쪽 전문가가 있는데 한국 사람들은 너무 많은 종류의 화장품을 한꺼번에 사용해서 피부를 더 망가지게 한다더라고요. 제게 맞는 브랜드 제품 몇 가지만 쓰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이에요.”
그럼 “피부에 투자하는 비용은 얼마 정도 되냐” 하고 물으니 돌아오는 대답이 가히 놀랍다. 언젠가 촬영 차 홍콩에 갔다가 화장품 구매 비용으로 자그마치 200만원을 썼다는 것.
“케이블 채널에서 뷰티 프로그램 진행을 했던 적이 있어요. 연예인들의 화장품 파우치를 살펴보고 시청자에게 어떤 제품이 좋은지 추천하는 역할이었죠. 그러다 보니 여러 제품을 써봐야 했어요. 또 면세품이라 주위 연예인들이 추천해준 제품을 여러 개 사서 두고두고 사용했죠.(웃음)”

‘써니’ 흥행, 이보다 기쁠 순 없죠!
그가 주연을 맡은 ‘써니’는 지난 1월 말 개봉해 누적 관객수 480만 명의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제치고 2011년 상반기 흥행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전작 ‘과속 스캔들’의 800만 기록을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써니’는 제게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500만, 600만 같은 스코어 처음에는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 같은 성적이) 놀라울 뿐이죠. 특히 막강한 외화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 그것도 제가 출연한 영화가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무척 기뻐요.”
이번 영화를 위해 민효린은 평생 피워본 적 없는 담배를 수도 없이 피워야 했다. 수지의 담배 피우는 장면이 극중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
“진짜 담배를 못 피워서 금연초로 했어요. 실제 촬영에서는 제작진이 80년대 담배 껍데기에 내용물을 금연초로 넣은 소품을 만들어줘서 사용했는데 한약 냄새가 많이 나 힘들었죠. 또 담배 피우는 장면을 촬영하다 불이 날 뻔 한 적이 있어요. 십년감수했어요.”
실제 별명은 ‘허당’, ‘완벽녀’ 수지 어색했어요!
‘써니’ 속 수지는 빈틈없는 ‘완벽녀’다. 나름대로의 아픔을 간직한 다소 우울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반면 민효린은 말하기 좋아하는 발랄한 20대 여성. 판이하게 다른 성격이라 표현하기 힘들 법하다.
“힘들고 어색했어요. 전 웃음 많고 푼수 같은 스타일이거든요. 오죽하면 별명이 ‘허당’이겠어요. 그런데 수지는 늘 옷도 깔끔하게 입고 빈틈없는 느낌이라서 표현 못하면 어쩌나 고민했어요. 처음에 감독님이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어책 읽듯이 하라’고 디렉션을 내려주셨는데 괜히 어설프게 했다가 연기 못해 보일까봐 연습 많이 했어요.”
같은 여자가 봐도 첫 눈에 반할만큼 예쁜 수지. 잡지 모델로 막 연예계에 입문한 그에게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고가 생긴다. 같은 반이었던 친구에게서 얼굴을 베여 큰 상처가 난 것. 이 장면을 촬영하면서 민효린은 하루 종일 울고 또 울었다.
“그 장면은 영화 크랭크업 직전에 찍은 씬이에요. 감정 잡는 걸 고민하다 피 흘리는 느낌을 계속 생각하니 알겠더라고요. 하루 종일 가만히 있어도 눈물이 날 정도로 감정이 격해졌어요. 모델 생활을 하는 그 친구에게는 너무 힘든 일이더라고요. 많은 방황을 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성인 수지를 보니 그렇게 우울한 느낌은 아니어서 좋았어요. 영화에서 수지의 이후 삶은 조명되지 않았지만 제 생각엔 방황하다 유학의 길을 떠나서 예전 아픔을 극복하고 행복하게 살았을 거 같아요.”
‘써니’의 성공 이후 밀려드는 CF 및 영화 러브콜에 정신 못 차릴 정도라는 민효린. 현재 KBS 2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로맨스 타운’이 끝나면 곧바로 영화 차기작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많이 나오진 않아도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수지의 경우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힘들었지만 대리만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평소 멋있지도 카리스마 있지도 않은데 수지 덕분에 주위에서 ‘멋지다’는 소릴 많이 들었어요.”
rosecut@osen.co.kr
<사진> 스타폭스 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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