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한 장민제, "앞으로 승패 연연하지 않겠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17 10: 03

집착을 버리니 승리가 왔다. 무욕의 힘이다.
한화 3년차 우완 투수 장민제(21)에게 시즌 첫 승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마의 고지였다. 매경기 안정된 피칭을 하고도 승리는 그를 찾지 않았다. 물론 5이닝 안팎으로 던지는 장민제가 확실하게 승리를 챙기기 위해서는 조금 더 확실한 피칭이 필요했다. 그러나 5회를 전후로 흔들렸고, 승리 요건을 목전에 두고 내려가는 경우도 더러있었다. 한화 선발진 중 유일하게 승리를 거두지 못하자 조바심은 점점 커져갔다.
모자 챙에 '승리'라는 단어를 새겨적을 정도로 첫 승에 대한 간절함이 많았다. 그러나 그는 지난 16일 대전 KIA전을 앞두고는 모자 속 '승리'라는 두 글자를 지웠다. 그는 "그동안 첫 승에 대한 기대가 나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다"며 "3점을 준다는 생각으로 올라가서 편하게 던졌다"고 했다. 이날 경기는 장민제의 올 시즌 10번째 선발등판이었다. 그야말로 9전10기. 집착은 버렸지만 기백은 잃지 않았다.

이날 장민제는 2회를 제외하고는 매이닝 주자를 출루시켰다. 득점권 위기가 수차례 찾아왔다. 수비 실책도 있었고, 스스로 안타와 볼넷으로 주자를 보냈다. 하지만 6회 수비 실책에 따른 비자책점으로 점수를 준 것을 빼면 실점이 없었다. 5⅓이닝 5피안타 4볼넷 1사구 5탈삼진 1실점(비자책). 총 투구수는 94개였고 직구 최고 구속은 145km까지 나왔다. 직구(57개)뿐만 아니라 포크볼(14개)·커브(10개)·슬라이더(4개)·투심(9개)을 적절하게 섞어 던졌다.
그러나 정작 마운드에 내려온 뒤 조바심이 났다. 2-1로 리드하던 6회 1사 1·2루. 장민제는 선발승 요건을 갖췄지만 동점·역전주자를 남겨둔 상황이었다. 상황에 따라 패전투수가 될 수도 있었다. 불펜 덕아웃에 앉은 장민제는 두 손을 꼭 모으고 구원등판한 박정진의 1구 1구를 숨죽여 지켜봤다. 박정진은 첫 승에 목마른 후배의 심정을 알았는지 연속 삼진으로 불을 껐다. 장민제는 "박정진 선배가 막아주길 바랐다. 막아주실 줄 알았다. 조금이라도 더 힘을 내시라는 의미에서 손을 모으고 바라봤다"며 웃어보였다.
장민제는 "그동안 마음고생이 없지 않았지만 이제부터는 내 할 일만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점수를 줘도 스트라이크존 코너 코너를 보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며 "첫 선발승을 계기로 더 자신있게 던지겠다. 앞으로는 절대 승패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그는 "올해가 풀타임 선발로 치르는 첫시즌이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자신했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장)민제는 마인드가 정말 좋은 투수다. 첫 승리에 대한 욕심이 있었겠지만 팀을 위해 티를 내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노재덕 단장은 "차세대 우리팀 간판투수"라고 했다. 볼이 빠르지도 않고 투구폼이 와일드한 것도 아니지만 마운드에서 기백을 잃지 않는 것을 대견하게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장민제라는 투수는 바라보는 이들로 하여금 갖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첫 승이라는 염원을 푼 장민제의 다음 피칭에 주목해야 할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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