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드에 올라간 투수가 공 하나를 안 던지고 내려갔다?
17일 대전구장. 한화와 두산의 시즌 9차전 대결에서 의아한 장면이 연출됐다. 한화가 7-5로 리드하고 있던 6회 무사 1루. 한화는 선발 김혁민을 마운드에서 강판시켰다. 김혁민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은 투수는 올해 군에서 제대한 언더핸드 정민혁(28). 정민혁은 간단하게 연습 투구를 하며 몸을 풀었다. 그런데 얼마 후 갑자기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정민혁을 대신해 마일영이 급하게 마운드에 오르자 경기장은 혼란에 빠졌다.
이유는 다음과 같다. 한대화 감독이 투수교체 사인을 낸 뒤 정민철 투수코치가 주심을 맡은 권영철 심판위원에게 "마일영"이라고 통보했다. 그런데 정작 불펜에서 마운드로 뛰어간 투수는 정민혁이었다. 우타자 양의지 타석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정민혁의 구원등판을 당연히 생각했다. 김재원 기록위원도 정민혁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을 보고는 전광판에도 정민혁의 이름이 기재됐다. 정민혁도 본인 차례로 생각해 올라갔지만 실은 그게 아니었다. 벤치에서 불펜으로 사인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이었다.

곧바로 정민철 투수코치가 심판원들에게 이를 설명하며 오해를 풀었다. 권영철 심판위원도 "마일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문제될 게 없었다. 김재선 기록위원은 "벤치와 주심간의 커뮤니케이션만 되면 문제없다"고 인정했다. 2루심을 맡은 나광남 심판위원이 직접 두산 벤치에 설명한 뒤 양해를 구했다. 두산 벤치도 이해하고 넘어가면서 정민혁은 공 하나 던지지 않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한화 벤치의 당초 의도대로 마일영이 구원등판했다. 정민혁은 등판 통보를 받은 투수가 아니기 때문에 이날 경기 다음 등판은 문제없었다.
2011 야구규칙 3.05(a)에 따르면 '주심에게 건네준 타순표에 기재돼 있는 투수는 상대팀의 첫 타자 또는 그 대타자가 아웃되거나 1루에 나갈 때까지 투구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마운드에 한 번 오른 투수는 최소 한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벤치와 구심간에 커뮤니케이션만 이뤄지면 문제없다. 벤치와 불펜 그리고 선수와 기록원 사이에 커뮤니케이션 오해가 생겼지만, 두산에서 잘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해프닝으로 마무리됐다. 마일영은 후속 타자들을 실점없이 막으며 6회 위기를 잘 넘겼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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