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긴 추격전을 펼쳤으나 경기를 뒤집지는 못했다. 그러나 오랫동안 부진을 거듭했던 타자가 비로소 제 타격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2루 자리 탈환을 노리는 고영민(27. 두산 베어스)이 오랜만에 1경기 2안타를 때려내며 김광수 감독대행에게 위안거리를 안겼다.
고영민은 17일 대전 한화전서 4회말 윤석민을 대신해 교체 출장한 뒤 6회초 김혁민으로부터 좌전 안타를 때려냈다. 여기에 8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오넬리 페레즈의 4구 째 슬라이더를 때려냈다. 빗맞은 타구가 운 좋게 우익수 방면 2루타로 이어졌다.

뒤이어 그는 양의지의 좌중월 투런으로 타자주자와 함께 추격득점을 올렸다. 세 번째 타석서 삼진에 그쳤으나 이날 2안타로 고영민은 지난 5월 8일 롯데전(4타수 2안타)에 이어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고영민의 올 시즌 타율은 1할4푼8리에서 1할7푼2리(17일 현재)로 상승했다.
2006시즌부터 두산의 주전 2루수로 자리한 뒤 과감한 주루 센스와 넓은 수비 범위를 자랑하며 이듬해 골든글러브를 석권한 고영민. 그는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도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하며 대표 2루수 중 한 명이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09시즌부터 그는 걷잡을 수 없는 부진의 늪에 빠졌다.
2009년 2할3푼5리 6홈런 29타점 12도루에 그친 데 이어 지난해도 2할5리 6홈런 35타점 11도루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억6000만원에 이르던 연봉이 9500만원까지 깎여버렸고 선수 본인도 위기 상황을 잘 인식해 전지훈련서 엄청난 구슬땀을 흘렸다. 그러나 올 시즌 타격 성적은 더욱 부진했다.
그동안 고영민이 부진했던 데 대해 한 야구인은 고영민이 양 손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는 평을 내놓았다. 타격 후 끝까지 힘을 전달하는 팔로스윙이 제대로 되지 않으며 타구에 힘을 제대로 싣지 못했다는 지적. 실제로도 고영민은 배트를 빨리 놓고 1루로 뛰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나 17일 6회 타격은 달랐다. 5-7로 뒤진 6회초 무사 주자 없는 상황서 고영민은 상대 선발 김혁민의 3구 째 슬라이더(122km)를 당겨 좌전 안타로 연결했다. 타격 후에도 끝까지 스윙이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비록 팀은 높은 계투 소모도와 결정력의 2% 부족으로 인해 카림 가르시아를 야구 드라마 주연으로 만들며 8-11 연장 끝 패배를 당했다. 그러나 치열한 공방 속 부진 터널에 허덕이던 고영민의 멀티히트는 두산이 위안거리로 삼을 만 했던 장면이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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