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 떨군' 정재훈과 두산의 자화상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18 08: 23

"지금 상황이라면 정재훈이 3회에도 나오는 경기가 생길 수 있다".
 
지금은 팀을 떠난 지휘자. 그는 한 투수의 비운을 지켜보며 안타까운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음'을 토로했다. 정재훈(31, 두산 베어스)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김경문 전 감독의 이야기였다.

 
지난 시즌 8승 4패 23홀드 2세이브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며 8개 구단 최고의 계투로 활약했던 정재훈. 그는 올 시즌 30경기 2승 4패 4홀드 4세이브 평균자책점 2.68(17일 현재)을 기록 중이다. 그러나 3개의 블론세이브와 4패도 떠안고 있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전서 정재훈은 8-8로 맞선 9회말 마운드에 올랐다. 그러나 연장 10회말 2사 1,2루서 카림 가르시아에게 우월 끝내기 스리런을 내주며 패전투수가 되고 말았다. 셋업맨으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임태훈의 전열 이탈로 마무리 보직을 맡고 있는 정재훈은 5월 18일 잠실 한화전 이후 시즌 4패를 모두 떠안았다.
 
이는 모두 임태훈이 없을 때 당한 패전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문제를 파고들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기대를 모았던 선발투수와 롱릴리프 요원들이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
 
시즌을 준비하기 전 김 전 감독은 "선발투수들의 호투도 중요하지만 만약 그게 안될 경우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격조로 나서게 될 롱릴리프진을 두껍게 하고 싶다. 그리고 고창성-정재훈-임태훈으로 이어지는 계투진에게 안정적으로 바통을 넘길 수 있는, 최대한 이기는 경기를 추구하고 싶다"라고 밝힌 바 있다. 적어도 승리계투의 조기 투입은 하고싶지 않다는 바람이었다.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안 좋게 흘러갔다. 더스틴 니퍼트-김선우 선발 두 축은 시즌 초반 제 몫을 했으나 나머지 세 명의 선발들이 기대대로의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심지어 라몬 라미레즈-페르난도 니에베로 이어진 부진 릴레이는 김 전 감독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롱릴리프진 운용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5선발을 겸한 스윙맨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사이드암 김성배는 들쑥날쑥한 등판 간격 속 1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6.37로 2군에 내려가고 말았다. 최근 구위가 좋아진 노경은의 시즌 초반 모습은 그리 좋지 못했고 3년차 우완 조승수는 팔꿈치 통증으로 2군에 내려갔다. 좌완 이현승은 생각만큼 스피드가 나오지 않아 고전 중.
 
장신 좌완 장민익은 지난해에 비해 좋은 모습을 비추기도 했지만 아직 1군 필수 전력은 아니라는 평가 아래 2군에 있다. 2년차 사이드암 이재학도 부상으로 인해 2군 등판 조차 못하고 있다. 신인 좌완 이현호도 더 기량을 쌓아야 한다는 평가만 얻고 말았다. 생각했던 카드들이 거의 다 실패로 돌아가며 결국 승리 계투를 당겨쓰는 고육책이 나오고 말았다.
 
설상가상 함께 계투 축을 맡았던 고창성도 지난 2년에 비해 제구가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최후의 보루와 같은 정재훈이 자주 나오는 투수가 된 것. "투구감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주 나오는 편이 오히려 낫다"라는 것이 선수 본인의 이야기지만 '투수의 어깨는 지우개와 같다'라는 속설이 있다. 자주 쓰면 결국 언젠가 닳게 마련.
 
올 시즌을 마치면 정재훈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는다. "계투도 FA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정재훈의 이야기와 두산 투수진의 모습이 오버랩되며 팬들의 가슴은 더욱 울적해지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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