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일평의 야구장 사람들] 과도한 한국시리즈 우승 강박증
OSEN 천일평 기자
발행 2011.06.18 09: 08

프로 스포츠에서 1위 또는 우승은 당연히 최고의 목표입니다. 그럼 우승을 못하면 프로에서 존재할 필요도 없는 것일까요?
두산 베어스에서 8시즌째 지휘하던 김경문(53) 감독이 지난 6월 13일 부진한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갑자기 자진 사퇴를 했습니다. 지난 7년간 베어스를 지휘하면서 준우승 3차례, 3위 3번을 기록했던 김 감독이 퇴진한 이유는 올해 우승을 목표로 했는데 4강마저도 절망적으로 보이자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판단하고 구단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사퇴한 것입니다.
국내 프로야구 사상 부진한 성적을 이유로 감독이 스스로 시즌 도중에 물러난 것은 처음입니다.

그런데 묘한 일은 지난 해 4강에 들었던 팀 중 우승팀 SK의 김성근 감독을 제외한 나머지 세 팀의 사령탑이 모두 물러났고 이유는 우승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준우승팀 삼성의 선동렬 감독은 지난 해 12월 자진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는데 실제는 그룹에서 전격적으로 사퇴 시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년 계약을 하고 4년이 남았는데도 물러나게 한 것입니다. 비록 라이온즈가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지만 4전전패로 패퇴하고 그것도 맥없이, 힘도 쓰지 못하고 패한 게 감독 경질의 이유라고 합니다.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우리나라 야구에서 최초의 외국인 감독으로 8년동안 포스트시즌 진출을 하지 못했던 팀을 3년 연속 ‘가을 잔치’에 올렸으나 3년 연속 플레이오프에도 올라가지 못하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았습니다. 롯데 고위층에서는 자이언츠가 3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올라간만큼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만한데 번번이 4강 첫 문턱에서 좌절, 부득이 다른 지도자를 선택했다고 밝힙니다.
결국 삼성이나 롯데 두 구단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한 책임을 감독에게 물은 것입니다.
반면에 김경문 감독은 구단에서는 올해 우승을 반드시 할 것을 요구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우승 강박증에 갇히고 팀 성적도 지나치게 떨어지자 용퇴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내 프로야구 30년동안 한국시리즈 우승 때문에 해임된 사령탑은 여러명입니다.
 
김영덕 빙그레 감독은 1982년 원년 OB 베어스에서 우승하고 삼성으로 옮겨 85년 통합 우승을 기록했지만 1986년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패하자 구단이 재계약을 포기했습니. 그리고 빙그레에 재직하던 1988~1993년 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 시켰으나 해태한테 3번, 롯데에 1번 패하자 역시 구단에서 재계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1등주의’에 매진하던 삼성은 정동진 감독이 1990년 준우승을 했지만 바로 해임 시켰습니다.이번에 선동렬 감독 사례와 비슷하게 당시 새로 창단한 LG에 한국시리즈에서 4전전패를 당한 책임을 물어 재임 2년만에 해임한 것입니다.
LG도 지난 2002년 김성근 감독이 하위권에서 맴돌던 팀을 끌어올렸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과 열전 끝에 패하자 사퇴 시켰습니다. 이유는 구단 사장과 김 감독이 불화를 일으킨 것이 주 요인이었으나 겉으로는 다 이겼던 한국시리즈 6차전을 지게 한 책임을 물었습니다.
 
프로팀이 최종적으로 이겨야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국내 프로야구가 유독 우승에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야구의 원조 미국에서도 물론 승리를 최대 목표로 합니다.
 
“나에게 승리는 숨 쉬는 것 다음으로 중요하다. 숨 쉬고 있다면 승리해야 한다”는 말은 메이저리그 최강 뉴욕 양키스를 35년간 통치한 구단주 조지 스타인브레너(1930~2010)의 지론이었습니다.
 
우승에 집착한 스타인브레너는 재임 기간 23년동안 20번이나 감독을 경질했으나 사유가 반드시 월드시리즈 우승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경영 방침이나 감독의 선수관리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고 괴팍한 성질이 발동해서 단장도 11차례나 바꾼 것입니다.
메이저리그의 살아 있는 전설인 놀란 라이언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 대표는 지난 해 월드시리즈에서 팀이 겨우 1승 밖에 하지 못하고 샌프란시스코에 패했지만 론 워싱톤 감독과의 2년 재계약을 발표했습니다. 구단과 팬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표현하면서 한번 더 기회를 준 것입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토니 라루사 감독은 지난 1996년부터 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데 2006년 딱 한차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으나 올해도 팀을 맡으면서 계속 구단과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야구가 구단의 지나친 우승 욕심으로인해 지도자까지 우승에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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