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진짜 잘 친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 때문이었다. 가르시아는 지난 17일 대전 두산전에서 연장 10회말 2사 1·2루에서 정재훈의 2구째 몸쪽 높게 들어온 143km 직구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10m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지난 15~16일 대전 KIA전 2경기 연속 만루홈런에 이어 또 하나의 드라마 같은 홈런을 쏘아올린 것이다.
경기 후 한화 선수단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이보다 더 극적일 수 없었다. 한대화 감독도 "가르시아 저거 진짜 무서운 녀석이네"라며 흐뭇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결정적인 순간 설마 설마했던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끝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에이스 류현진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 후 가르시아가 방송 인터뷰를 하는 장면을 물끄러미 지켜보던 류현진은 "진짜 잘 친다"며 직접 타격 시늉까지 해보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류현진은 "그렇게 잘 맞은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워낙 힘이 좋으니까 맞으면 다 넘어간다"며 "확실히 힘이 좋고 자기만의 노림수를 갖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가르시아도 "노리고 있던 공이었다. 강석천 타격코치님이 직구를 노리라고 했다. 대신 떨어지는 포크볼에 주의하라고 했는데 그게 적중했다"고 설명했다. 류현진은 "진짜 잘 친다. 한마디로 언빌리버블"이라며 드라마 같은 홈런을 터뜨린 가르시아를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봤다.

복귀 7경기 만에 가르시아는 영양가 만점 대포로 한화의 상승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 32타수 7안타로 타율은 2할1푼9리밖에 되지 않지만 홈런 3개, 2루타 2개로 장타가 5개나 된다. 여기에 벌써 15타점. 최근 3경기 연속 4타점씩 쓸어담는 등 5경기 연속 타점으로 찬스에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대화 감독도 "가르시아가 잘하니까 투수들이 더 좋아한다"고 할 정도로 팀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하다.
류현진은 "내가 어떻게 가르시아를 상대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난 3년간 롯데 가르시아를 상대로 류현진은 32타수 6안타 10삼진으로 우위를 보였다. 피안타율 1할8푼8리. 홈런은 지난해 6월22일 마산 경기에서 9회 터뜨린 동점 투런포가 유일하다. 하지만 그 한 방이 아주 컸다. 승리를 목전에 두고 얻어 맞은 한 방이라 상실감이 컸다. 류현진도 "그걸 빼면 가르시아한테 잘 던졌던 것 같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타율이 낮아도 확실한 한 방으로 흐름을 바꾸는 능력은 여전하다.
하지만 류현진은 가르시아의 결정력만큼이나 친화력도 높이 샀다. 이미 가르시아가 처음 한화로 복귀하며 사직 원정에 합류했을 때에도 류현진은 가장 먼저 가르시아의 방을 찾아 직접 인사하고 환영하며 맞아줬다. 그는 "가르시아가 한국말도 잘한다. 발음이 좋다. 장난도 같이 많이 치는데 성격도 좋고 적응을 잘하고 있다"며 흐뭇해 했다. 가르시아도 "롯데 시절부터 류현진과는 친해지고 싶었다. 그가 나를 너무 즐겁게 해준다"며 반갑게 맞이해준 에이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앞으로 류현진이 나오는 날 가르시아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한 번 지켜볼 일이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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