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의 호수비가 승리를 이끌었다".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의 극적인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두산에 11-8 승리를 거둔 지난 17일밤. 한화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 못지않은 승리의 공신으로 그를 언급했다. 외야수 고동진(31). 한 감독은 "고동진의 호수비가 팀 승리를 이끌었다"며 그의 결정적인 수비를 극찬했다. 가르시아의 끝내기 홈런 이전에 고동진의 호수비가 있었기 때문에 드라마같은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는 뜻이었다.
고동진의 호수비는 연장 10회초 나왔다. 8-8 동점이던 10회초 2사 만루. 두산 최준석이 한화 윤규진의 높은 공을 받아쳐 좌중간으로 깊숙한 타구를 날려보냈다. 완전하게 좌중간으로 날아간 타구라 그대로 가를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한화의 외야에는 고동진이 있었다. 고동진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공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다리를 먼저 슬라이딩한 뒤 오른손에 낀 글러브를 내밀어 공을 잡아냈다.

만약 타구가 빠졌으면 두산으로 넘어갈 경기였다. 그런데 고동진의 슬라이딩 캐치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몸을 날린 고동진의 플레이에 한화 팀 분위기가 살아났고 이것이 연장 10회말 극적인 마무리로 이어졌다. 고동진이 보이지 않는 승리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한 것이다.
고동진은 호수비 상황에 대해 "무조건 잡아야 했다. 타구가 빠졌으면 경기가 어렵게 됐을 것"이라며 안도했다. 고동진은 수비에 강점을 갖고 있는 선수다. 한대화 감독은 이날 1번타자 강동우를 시즌 처음으로 지명타자로 기용하며 고동진을 중견수로 기용했다. 결정적인 순간 고동진은 빛나는 호수비로 한감독의 기대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타격에서는 3타수 무안타로 물러났지만, 7회와 9회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는 소금 같은 활약을 했다. 특히 9회 희생번트는 스리번트로 성공시킨 것이었다.
고동진은 "사실 스리번트 때문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성공해서 다행이지 자칫하면 큰일 날 뻔했다"며 "그래서 수비에서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타석에서 좋지 않은 과정을 잊지 않았고 수비에서 이를 만회한 것이다. 선수가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가 중요한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고동진은 지난달 5일 2군으로 내려갔다. 그는 "2군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2년간 공백이 있었기 때문에 감각적인 면도 좋지 않았고 많이 달라져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변화를 줬다. 2군 경기에서도 처음에는 많이 못쳤다. 하지만 경기에 빠지지 않고 나오면서 조금씩 알아나갔다"고 설명했다. 지난 9일 1군 복귀 후 6경기에서 고동진은 14타수 6안타 타율 4할2푼9리 1홈런 3타점으로 맹활약하고 있는 중이다.
정영기 2군 감독은 "고동진이 2군에서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승부가 기운 경기에서도 빠지지 않고 모든 타석에 나오며 노력했다. 베테랑이라고 대충하는 법이 없었다. 1군에서 잘할 줄 알았다"며 흐뭇해 했다. 고동진은 "2군에서 나보다 나이 많은 선수가 거의 없더라.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고 싶었다"며 "지금 1군에서도 그렇게 하고 있다. 가르시아가 오면서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감독님이 모든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고 있지 않나. 어떤 역할이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화 상승세의 보이지 않는 힘. 고동진이 바로 그런 존재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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