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차로 벌어진 상황. 이기고 있는 팀이든 지고 있는 팀이든 맥빠질 점수차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갑자기 한 선수가 1루 베이스를 향해 몸을 날렸다. 머리부터 들어가는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그것도 지고 있는 팀의 외국인선수가 했다.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였다.
18일 대전 두산전을 앞두고 한화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 칭찬에 열을 올렸다. 가르시아는 지난 15~16일 대전 KIA전에서 2경기 연속 만루홈런을 터뜨렸고, 17일 대전 두산전에는 연장 10회말 끝내기 스리런 홈런을 작렬시켰다. 3경기 연속 대포 아치를 쏘아올리며 7경기에서 15타점을 쓸어담는 득점권 해결 본능을 과시했다. 현역 시절 최고 해결사였던 한 감독도 "정말 대단하다"고 할 정도로 가르시아의 결정력을 인정했다.
한 감독은 "가르시아가 한 번 이야기하면 잘 알아 듣는다. 생각이 있는 선수"라고 했다. 강석천 타격코치도 "타격에 대한 조언을 받아들일 줄 안다. 외국인선수들은 고집을 부릴 법한데 가르시아는 그런 게 없다. 오히려 조언을 구할 정도로 마인드가 열려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동료들도 "성격이 좋아 잘 어울리고 있다. 가르시아가 들어온 후 팀 분위기가 좋아졌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 이유가 19일 경기에서 제대로 증명됐다.

두산이 홈런 3방으로 일찌감치 기선을 잡은 6회말. 스코어는 11-1 두산 리드였다. 한화는 가르시아가 선두타자로 나왔다.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는 가르시아를 상대로 4구째 바깥쪽 146km 직구를 던졌다. 가르시아가 힘차게 잡아당긴 타구는 빠질 듯했으나 2루와 우익수 사이 잔디에 위치한 2루수 고영민 쪽으로 향했다. '가르시아 시프트'에 그대로 걸리는 듯했다. 하지만 가르시아는 1루로 전력질주했다. 조금 우스꽝스런 달리기 동작이었지만 가르시아는 진지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했다. 그것도 몸을 공중으로 띄우는 독특한 동작. 가르시아의 손이 고영민의 송구보다 1루에 먼저 도달했고, 결국 2루 내야안타로 살아나갔다. 자칫 부상의 위험이 있었고, 10점차이기 때문에 굳이 무리할 필요도 없었다. 하지만 몸이 재산이라는 외국인 선수임에도 불구하고 가르시아는 1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가르시아의 유니폼은 흙투성이가 됐고, 곧바로 대주자 전현태로 교체됐다. 하지만 관중들은 그에게 홈런만큼 큰 환호를 보냈다.
가르시아는 롯데 시절에도 2008년과 2009년 한 차례씩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한 바 있다. 가르시아라는 선수가 단순히 홈런과 타점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비록 4경기 연속 홈런에는 실패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인 10점차 1루 슬라이딩 투혼이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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