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강한 정신력이 일궈낸 값진 1승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19 07: 47

의미있는 하이파이브였다. LG 트윈스가 주전선수들의 연쇄적인 부상 도미노 속에서도 '내가 아니라 우리'라는 마음으로 임해 SK 와이번스 에이스 김광현을 무너뜨리고 지긋지긋한 5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LG는 18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SK전에서 1-2로 뒤진 5회 타순이 한 바퀴를 돌며 대거 7점을 뽑아낸 덕분에 8-5로 역전승을 거뒀다. 지난 11일 군산 KIA전 이후 정확히 일주만의 승리이기도 했다.
사실 이날 LG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야구에서 승패를 고려할 때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선발투수다. SK는 에이스 김광현이 선발 출격했다. 김광현은 지난 12일 두산전에서 6⅓이닝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한 반면 LG는 2년 동안 승리가 없는 심수창이 등판했다. 그러나 심수창은 4⅓이닝 동안 8안타를 맞으면서도 2실점으로 막았다. 반면 김광현은 4⅓이닝 6실점했다. 심수창이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다.

이날 라인업에는 생소한 이름이 많았다. 먼저 톱타자 정주현은 프로 3년차지만 이날 경기 전까지 1군 경험은 24경기에 불과했다. 통산 31타수 5안타 4타점이 전부였다. 원래 포지션은 내야수지만 이대형과 이택근까지 부상으로 나간 자리에 정주현이 들어갔다. 9번 윤진호 역시 2009년 신고선수로 입단해 지난해까지 20경기에서 12타수 2안타 2타점이 전부였다. 한때는 퇴출까지고 고려했던 선수다. 그러나 올 시즌 주전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과 박경수마저 손목 부상으로 1군에서 제외되자 최근 3경기 연속 유격수로 선발 출장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안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러나 LG 타자들은 선발투수가 마운드에서 예상을 깬 호투를 펼치자 타석에서 강한 집중력을 발휘했다. 경기 전 서용빈 타격 코치는 "부상 선수가 너무 많아서 걱정이다. 그러나 정주현, 김태완, 정의윤 등 백업 선수들이 최소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면서 "오늘 SK 선발이 김광현이지만 해볼만하다"고 말했다.
서용빈 코치의 자신감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LG는 지난 4월 20일 문학 SK전에서 김광현을 공략해 승리를 거둔 자신감이 있었다. 더불어 서 코치는 타자들에게 타자가 배트에 공을 맞추는 히팅 포인트를 다른 때보다 앞으로 끌고 나와 직구와 슬라이더를 치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날 김광현의 직구 최고 구속은 148km였다. 슬라이더 역시 137km까지 나왔다. LG는 김광현의 커브와 체인지업을 포기하고 직구와 슬라이더만 철저히 노렸다. 실제로 투구수 61개가운데 직구와 슬라이더가 43개로 70.5%나 됐다.
서 코치의 기대는 적중했다. LG가 5회 1사 1,2루 찬스를 만들었다. 앞선 대타 윤상균가 볼넷으로 골라 나갔지만 사실상 고의사구에 가까웠다. 윤상균에게 상대하기 보다 윤진호와 정주현이 쉬운 카드였다. 그러나 윤진호는 김광현의 공을 차분히 골라 볼넷을 골라 나갔고, 정주현은 김광현의 128km 바깥쪽 높은 슬라이더를 공략해 1타점 동점 적시타를 날렸다.
분위기가 살아난 LG는 후속타자 김태완이 김광현을 상대로 역전 2타점 적시타를 날리는 등 5회에만 타자 일순을 하며 대거 7점을 뽑아낼 수 있었다. 경기 전 서용빈 코치도 "사실 지금 우리 팀 상황에서 대량 득점은 꿈도 꾸기 힘들다"고 말했지만 강한 정신력을 앞세운 선수들은 코치의 예상까지 깬 맹활약을 펼쳤다.
LG는 17일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고 충격이 상당했다. 18일 승리 후 박종훈 감독도 "어제 경기 결과 때문에 개인적으로 못 견딜 정도로 힘들었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 다시 한번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는데 선수들이 좋은 경기를 해서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주장' 박용택도 "비록 17일 역전패를 당했지만 선수들은 크게 동요하지 않고 18일 경기에 임했다"면서 예전과는 다른 자신감과 정신력을 보여줬다. 이 모든 것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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