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점차 슬라이딩' 가르시아, "파이팅 보여주고 싶었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19 08: 09

"덕아웃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지난 18일 대전구장.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6회말 시작 전까지 스코어는 11-1. 두산의 10점차 리드였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고 나머지 이닝은 농구로 치면 의미없는 '가비지 타임'이었다. 그런데 6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한화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에게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는 2루 땅볼을 친 후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들어갔다. 몸이 재산이라는 외국인선수에게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었다.
가르시아는 두산 선발 더스틴 니퍼트의 4구째 직구를 잡아당겼다. 타구는 2루와 우익수사이 잔디에 위치한 2루수 고영민에게 향했다. 가르시아 시프트였다. 정상적인 수비 위치라면 평범한 땅볼이 될 타구였지만 오히려 가르시아 시프트로 애매해진 순간. 가르시아는 1루를 향해 전력질주했고, 고영민도 러닝스로로 1루 아웃을 노렸다. 그때 가르시아는 머리부터 몸을 던졌다.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1루에서 간발의 차로 세이프된 것이다.

가르시아는 "타구가 느렸고, 거리상으로도 충분히 세이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1루 슬라이딩을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10점차로 이미 승부가 기울었고 발도 빠르지 않은 거포형 외국인선수인 가르시아이기에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 장면. 이에 대해 가르시아는 "덕아웃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파이팅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10점차로 가라앉은 덕아웃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부상 위험을 무릅 쓰고 1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1루에서 세이프된 후 유니폼이 먼지 투성이가 된 가르시아는 곧바로 대주자 전현태와 교체됐다. 대전구장 팬들은 홈런만큼이나 큰 환호를 가르시아에게 보냈다. 4경기 연속 홈런에는 실패했지만 그에 못지않게 인상적이었다. 팀 동료들에게도 감명이 깊었던 것은 당연했다. 팀을 대표하는 허슬 플레이어 한상훈은 경기 후 가르시아에게 다가가 "네가 허슬 플레이가 무엇인지 보여줬다. 그게 진정한 허슬 플레이다. 네 덕분에 우리팀 분위기가 살아났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3-13으로 패했지만 의미있는 한판이었다.
이처럼 가르시아는 빠르게 한국 무대에 다시금 녹아들고 있다.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는 한 번 이야기하면 잘 알아 듣는다. 생각이 있는 선수"라고 이야기했다. 강석천 타격코치도 "지적을 하면 잘 새겨 듣는다. 마인드가 열려있어서 그런지 오히려 먼저 물어볼 정도다. 특타도 빠지지 않고 한다"고 칭찬했다. 류현진도 "성격이 좋고 우리말도 잘한다"고 말했다. 구단 관계자도 "요즘 인터뷰 요청이 쏟아져 스케쥴이 바빠졌다. 그래서 미안하다고 했는데 '소주 한 잔 사주면 괜찮다'고 하더라"며 그의 원만한 성격을 높이 평가했다.
가르시아는 "요즘 하루하루가 재미있고 즐겁다. 한화 구단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너무 잘 해준다"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렇기 때문에 10점차에서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가르시아는 단순한 외국인 거포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선수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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