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가 문제야 3루".
한화 한대화 감독의 최대 고민은 3루수다. 송광민의 군입대와 이범호의 KIA행으로 한화의 3루는 어느 순간부터 무주공산이 되어버렸다. 한 감독은 "현역 때 3루 골든글러브를 독식해서 감독된 뒤 벌받는 모양"이라고 자책할 정도로 심각했다. 시즌 초반부터 여러 선수들이 3루수로 번갈아 기용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조금씩 3루 자리의 주인이 가려져기 시작했다. 5년차 내야수 이여상(27)이다.
이여상은 지난 18일 대전 두산전에서 대폭발했다. 4타수 4안타 2타점 2도루로 펄펄 난 것이다. 비록 팀이 대패했지만 그의 방망이는 인상적이었다. 이로써 이여상은 지난 10일 사직 롯데전부터 8경기 연속 안타 행진을 벌이고 있다. 6월 16경기에서 50타수 19안타로 타율이 무려 3할8푼에 이른다. 한화 팀 내 최고 타율은 물론 6월 월간 타율 전체 5위에 오를 정도로 뜨거운 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시즌 타율은 어느덧 2할6푼5리까지 치솟았다.

최근 8경기만 놓고 보면 가장 뜨겁다. 26타수 13안타로 타율이 정확히 5할이다. 여기에 2루타 5개와 홈런 2개를 곁들이고 있다. 안타의 절반 이상이 장타로 연결되고 있는 것이다. 이 기간 동안 삼진과 병살타는 하나뿐. 타구 방향도 좌측 3개, 좌중간 3개, 중앙 4개, 우중간으로 2개, 3루쪽 내야 안타가 1개씩 분포돼 있다. 하위 타순에서 복병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이다.
이여상은 6월부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기 시작했다. 배트 장갑에 안타와 출루라고 적어 놓았다. 이른바 '안타 장갑', '출루 장갑'이었다. 연습 방망이에는 '불방망이'라고 새겨적었다. 그러더니 연일 안타를 터뜨리며 불방망이를 과시하고 있다. 지지난주 연습용 불방망이가 부러지며 울상을 짓기도 했지만 한 번 불붙은 방망이는 식을 줄 몰랐다. 이여상도 "되든 안 되든 즐겁게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는데 정말 그렇게 되어간다. 내게는 행운"이라며 싱글벙글이다. 물론 그냥 만들어지는 행운은 없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집에 가지 않고 경기장에 남아 스윙 훈련에 몰두한 보이지 않는 노력 덕분이다.
기술적으로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이여상은 "그동안 타석에서 생각이 너무 많았다.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고,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스윙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여상은 최근 8경기에서 터뜨린 안타 13개 중 5개가 초구를 공략해서 만든 것이다. 강석천 타격코치는 "요즘 타격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 본인의 스타일대로 칠 것을 주문하고 있다. 2군에서 타격왕을 할 정도로 타격에는 기본적인 자질이 있는 선수다. 그러나 아직 갖고 있는 모든 걸 보여주지는 않았다. 갈 길이 멀다"고 설명했다.
이여상은 3루수가 갖춰야 할 요소를 두루 갖췄다. 빠른 타구에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과 강한 어깨를 갖췄고, 타격에서는 멀리 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안타 43개 중 2루타가 10개, 3루타가 1개, 홈런이 3개일 정도로 장타 비율이 높다. 여기에 도루도 9개나 훔쳤고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13개의 희생번트까지 기록하고 있다. 팀의 살림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야 전 포지션을 커버할 수 있는 이여상이지만 그의 시선은 3루에 고정돼 있다. 그는 "앞으로 3루수로 계속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한화 3루수 고민의 매듭이 조금씩 풀려가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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