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효린, “죄송해요. 제가 너무 예뻐서”[인터뷰]
OSEN 이명주 기자
발행 2011.06.19 09: 56

영화 ‘써니’ 속 수지라는 인물은 차갑고 도도한 ‘얼음 공주’다.
시끌벅적한 학교 교실에서도, 한바탕 춤판이 벌어지는 친구 집에서도 그는 늘 무표정한 얼굴로 책을 읽는다. 그러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있으면 거침없이 욕설을 해댄다. 인형같이 예쁘장한 얼굴로 말이다.
배우 민효린의 첫 인상 역시 ‘얼음 공주’에 가깝다. 쉽게 말 붙이기 힘든 새침데기 이미지다. 또 고생 모르고 자랐을 법한 ‘엄친딸’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런 까닭에 그가 수지를 연기하는 모습에서 이질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6월의 어느 날, 첫 스크린 도전작 ‘써니’의 대박 흥행에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는 민효린을 만났다. 극중 수지의 차가움은 온데간데없이 실실 웃는 그에게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털털했고, 생기가 넘쳤다.
"예뻐서 미안합니다!"
영화 속 나미와 수지의 포장마차씬은 대사를 활용한 웃음 코드가 돋보였던 장면으로 통한다. “내가 예뻐서 미안해”, “나 이제 그만 예뻐질게” 같은 손발 오글거리는 대사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야 했던 민효린. 이 장면을 찍을 때 그는 어떤 생각이었을까.
“촬영 전 강형철 감독님께서 ‘(기존 이미지가) 확 무너졌으면 좋겠다’는 디렉션을 주셨어요. 수지도 어쩔 수 없는 애구나 하는 걸 보여줬으면 한다는 거였죠. 재미있는 대사인데 자칫 제가 잘못해서 안 나올까봐 걱정했어요. 민망해하면 재미없을까봐 진심으로 (난 예쁘다 되뇌면서) 했어요.”
‘써니’의 수지 역을 맡기 위해 민효린은 신인급 배우들과 동등하게 오디션을 치렀다. 강 감독 앞에서 주어진 대사를 읽었는데 그 자리에서 곧바로 캐스팅 됐다. 이에 얽힌 에피소드는 없을까.
“욕 한방에 캐스팅 된 케이스에요. 감독님과 미팅을 할 때 소속사 대표도 밖에 있었는데 욕하는 소리가 밖에 들렸나 봐요. 너무 놀라셔서 쫓아오셨을 정도로 (욕을) 시원하게 했어요. 인물 소개만 보고 오디션에 참여했는데 기본 대본 읽었더니 (감독님이) 수지의 대본을 주시고 다시 읽어보라 하셨어요. 써진 대로 욕을 했는데 좋아하시더군요.(웃음)”
"‘써니’ 흥행, 이보다 기쁠 순 없죠!" 
그가 주연을 맡은 ‘써니’는 지난 1월 말 개봉해 누적 관객수 480만 명의 ‘조선 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제치고 2011년 상반기 흥행 순위 1위에 등극했다. 이 같은 분위기라면 전작 ‘과속 스캔들’의 800만 기록을 넘보는 것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써니’는 제게 첫 스크린 데뷔작이라 의미가 남달라요. 500만, 600만 같은 스코어 처음에는 잘 와 닿지 않았는데 (이 같은 성적이) 놀라울 뿐이죠. 특히 막강한 외화들 사이에서 한국 영화, 그것도 제가 출연한 영화가 큰 사랑을 받고 있어 무척 기뻐요.”
이번 영화를 위해 민효린은 평생 피워본 적 없는 담배를 수도 없이 피워야 했다. 수지의 담배 피우는 장면이 극중에서 자주 등장했기 때문.
“진짜 담배를 못 피워서 금연초로 했어요. 실제 촬영에서는 제작진이 80년대 담배 껍데기에 내용물을 금연초로 넣은 소품을 만들어줘서 사용했는데 한약 냄새가 많이 나 힘들었죠. 또 담배 피우는 장면을 촬영하다 불이 날 뻔한 적이 있어요. 십년감수했어요.”
"‘무플’보단 ‘악플’이 낫지만..."
민효린은 유독 이슈의 중심에 섰던 연예인이다. 각종 루머들도 많았고 작품이나 연예 활동보다 기사에 의해 대중에게 많이 알려졌다.
“전 기자에게 감사해야 되는 사람 중 하나에요. 그런 덕을 많이 본 게 사실이죠. 외모나 성형, 옷에 대한 것으로 주목 받는 건 언제나 좋아요. 이런 거라도 주목받는 게 어디냐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에요. 하지만 연기 활동으로 알려지거나 이런 게 아니니까 민망해요.”
‘명품코’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졌던 그는 알고 보면 앨범을 두 개나 냈던 가수 출신 연기자다. ‘신비주의’ 전략을 고수하며 가요 무대에 등장해 ‘기다려 늑대’, ‘터치 미(Touch Me)’ 등을 불렀다.
“원래 꿈은 가수였어요. 가수 연습생으로 보낸 시절이 더 많아요. 그런데 연기를 배우다 보니 멀티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CF 모델을 하면서 연기자로 데뷔하려 했는데 회사에서 의외의 모습 보여주자며 가수 데뷔를 이야기 했어요. 그래서 울기도 했죠. 연기할 때 장애물이 되면 어쩌나 싶어서요. 하지만 가수로 활동하면서 참 재밌었어요. 덕분에 인터뷰 상황대처 능력도 생겼어요.”
‘써니’의 성공 이후 밀려드는 CF 및 영화 러브콜에 정신 못 차릴 정도라는 민효린. 현재 KBS 2TV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로맨스 타운’이 끝나면 곧바로 영화 차기작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많이 나오진 않아도 임팩트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수지의 경우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서 힘들었지만 대리만족한 부분이 많았어요. 평소 멋있지도 카리스마 있지도 않은데 수지 덕분에 주위에서 ‘멋지다’는 소릴 많이 들었죠.”
rosecut@osen.co.kr
<사진> 스타폭스 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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