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세이브' 고동진, "뒤에 있어도 괜찮아"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19 12: 39

"제가 뒤에 있더라도 서운해 하지 않겠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팀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지난 17일 대전 한화 이글스-두산 베어스전. 비바람이 몰아치던 연장 10회초 8-8로 맞선 2사 만루서 두산 최준석이 친 타구는 외야 좌중간 빈 곳을 향해 떨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한화 중견수는 이를 훅 슬라이딩과 함께 멋지게 잡아내며 팀의 연장 10회말 공격을 이끌었다. 이 슬라이딩은 한화의 11-8 승리로 가는 지름길 초입과도 같았다.

 
주인공은 고동진(31). 대전고-성균관대를 거쳐 2004년 한화에 입단한 고동진은 빠른 발과 컨택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러나 고비마다 찾아온 부상과 슬럼프에 허덕이며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2008시즌 후 공익근무로 복무했다.
 
2년 간의 실전 공백 후 한화로 복귀한 고동진은 시즌 개막 후 제대로 된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1,2군을 오르락내리락해야 했다. 그러나 카림 가르시아의 입단과 선수들의 체력 안배를 고려한 외야진 변동 속에서 그는 특유의 넓은 수비범위로 팀에 공헌 중이다. 17일 멋진 슬라이딩 캐치는 타점 그 이상의 가치를 지녔다.
 
"특별히 수비 시프트를 이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최준석이 장타력 있는 타자인 것을 감안해 최만호 수비코치께서 정상수비보다 약간 뒤로 위치하는 쪽으로 지시하셨어요. 마침 공이 그리로 떨어졌습니다".
 
시즌 초반 고동진은 타격 면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한대화 감독의 시름을 자아냈다. 그리고 아직도 타격 면에서 커다란 임팩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을 갖춘 고동진이 공격면에서도 활약을 펼쳐준다면 좀 더 수월한 경기를 펼칠 수 있다.
 
"2년 병역 공백이라기보다는 교체 출장하다보니 타격 쪽에서 제 페이스를 올리기가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지금은 2군 경기를 꾸준히 출장한 뒤 복귀해서 그나마 나아졌습니다".
 
극부조 현상을 보였던 4월에 비해 나아진 경기력으로 희망을 주는 한화지만 아직 미해결 과제가 있다. 한창 뛰어야 할 병역 미필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가뜩이나 선수층이 얇은 상황에서 미필 선수들의 입대 시기 조정은 앞으로 산적한 한화의 과제다. 한창 야구의 맛을 들일 시기 공익근무로 2년을 보낸 고동진도 후배들에 대한 염려와 격려의 마음이 크다.
 
"군 문제가 다들 아쉽겠지요. 저도 풀타임리거로 자리잡는 듯 하다가 공익근무 복무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야구 외적인 데 너무 스트레스는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군대나 공익근무는 가야 하잖아요. 일단 지금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후배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한 감독은 앞으로의 외야진 운용에 대해 "선수들의 체력을 감안하면서 지명타자를 순환 기용하는 등 탄력적인 외야진을 구축하고 싶다"라고 밝혔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좋은 수비력과 작전 수행능력, 빠른 발을 갖춘 고동진은 '야왕의 외야 플랜' 마스터키와도 같다.
 
"아직은 부족합니다. 그래도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구요. 순간순간마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내뿜어 팀이 이기는 데 힘을 다하고 싶습니다. 제가 주연이 되지 못하더라도, 뒤에서 서포트하는 입장이더라도 팀이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어요".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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