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 징크스는 없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에게 두산은 부담스런 상대였다. 지난해까지 5년간 두산을 상대로 단 15경기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난해까지 무려 30차례나 등판한 LG전에 비하면 절반밖에 안된다. 로테이션 순서상 맞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상대성이라는 이유도 무시할 수 없었다. 두산을 상대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데뷔 후 두산을 상대로 15경기에서 5승7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류현진에게 승보다 많은 패를 안긴 팀은 두산이 유일하다. 데뷔 첫 해였던 지난 2006년에는 완투승 포함 5경기에서 2승1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23으로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 2007년부터 고전을 면치 못하기 시작했다. 2007년 3경기에서 1승2패 평균자책점 5.95로 부진했다. 2008년에는 2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1.93으로 호투했지만 2009년에는 1승3패 평균자책점 3.24에 그치고 말았다.

최고 컨디션을 자랑한 지난해에는 4월29일 대전 두산전에 나와 8이닝 8피안타 2볼넷 3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으나 팀 타선의 도움을 얻지 못해 패전투수가 됐다. 가장 최근 승리는 지난 2009년 9월17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6피안타 1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거둔 것이 마지막이었다. 빠른 발을 앞세운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와 짧게 끊어칠 줄 아는 이종욱 같은 타자들과 정교함과 파워를 두루 갖춘 김현수·김동주 등에게 고전을 면치 못했다. 류현진 스스로도 이종욱을 가장 까다로운 타자로 꼽았다.
하지만 이날 1년2개월 만에 등판한 두산전에서는 달랐다. 3회 2사 2루에서 김현수에게 좌중간 2루타를 하나 맞았을 뿐 크게 흠잡을 데 없는 피칭이 이어졌다. 이날 경기 전까지 995탈삼진으로 1000탈삼진까지 5개를 남겨놓았던 류현진은 5회까지 탈삼지은 3개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6회 시작과 함께 김현수와 최준석을 연속 탈삼진 처리하며 대망의 1000탈삼진 고지를 등정했다. 양의지를 볼넷으로 보냈으나 이원석마저 직구로 헛스윙 3구 삼진으로 잡아냈다. 7~8회에도 안타를 하나만 맞고, 탈삼진 2개를 잡아냈다.
8회까지 총 투구수는 108개.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선두타자 최준석에게 우전 안타를 맞은 뒤 양의지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여기서 대타 윤석민과 오재원을 차례로 3루 땅볼로 솎아냈다. 특히 오재원에게 던진 공 5개는 모두 149km 이상 강속구였다. 9회임에도 최고 152km가 찍혔다. 9이닝 6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 총 투구수는 123개였, 직구 최고 구속은 153km가 나왔다. 탈삼진 8개 중 5개가 직구로 잡은 것으로 힘을 과시했다. 9회말 끝내기 승리와 함께 시즌 7승(6패)째를 완투승으로 장식한 류현진은 두산전 징크스를 깨며 시즌 평균자책점도 4점대(4.12)에서 3점대(3.83)로 끌어내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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