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벌서 수비에 울고 웃은 LG-SK
OSEN 박광민 기자
발행 2011.06.20 07: 05

야구에서 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19일 잠실구장에서 LG 트윈스와 SK 와이번스의 시즌 8번째 맞대결을 펼쳐졌다. 이날 양팀에서는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이었다. LG는 주중 대구 삼성 원정에서 3연패를 당하는 등 1승4패를 기록 중이었기에 연승으로 분위기 전환이 필요했다. SK는 1위 사수를 위해서는 꼭 승리가 요구됐다.
이 때문에 LG는 다승 1위 박현준을, SK는 돌아온 에이스 송은범을 내세워 경기 초반 팽팽한 투수전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승패는 5회 LG 내야수들의 수비에게 엇갈렸다.
LG는 최근 이대형, 이진영, 오지환, 박경수, 이택근 등의 주전 선수들의 연쇄적인 부상으로 인해 라인업을 짜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윤진호, 백창수, 정주현 등 백업요원들이 선발로 출장했다.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빠진 만큼 수비의 중요성은 더 커졌다. 선발은 에이스 박현준이었기에 선수들은 더욱 더 집중했다.
그러나 박현준은 5회 실책성 안타 한 개를 포함해 안타는 2개밖에 맞지 않았지만 내야수 실책 2개, 야수선택 하나가 겹치며 5실점했다. 4⅓이닝 5실점을 했지만 자책점은 하나도 없다. 팀도  2-6으로 완패했다.
당시 상황을 자세히 살펴보자. 선두타자 정상호는 3루 방향으로 타구가 흘러갔다. 3루수 정성훈은 타구를 잡기 위해 앞으로 뛰어 나왔다. 사실 처리하기 쉽지 않은 바운드였다. 말 그대로 수 차례 수비 연습을 하지만 글러브 안으로 공을 정확히 넣어야 러닝 스로우로 연결이 가능하다. 그러나 타자가 정상호였기에 꼭 달려들어왔어야 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어 임훈의 평범한 희생번트를 포수 조인성이 공을 더듬으며 무사 1,2루가 됐다. 2루가 아닌 1루로 차분히 공을 던졌다면 가능한 1사 2루가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순식간에 무사 1,2루가 된 상황에서 8번 박진만이 또 다시 3루 방향으로 희생번트를 시도 했으나 정성훈이 1루 대신 주춤하며 3루에 뿌려 세이프가 되면서 순식간에 무사 만루가 됐다.
물론 1사 2루였다면 박진만이 보내기 번트를 시도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됐던 무사 만루가 됐고, 조동화를 인필드플라이로 잡은 박현준은 1사 만루에서 정근우를 유격수 앞 땅볼을 유도했다. 투수로서는 이 순간 병살타성 타구를 유도했기에 가장 잘 던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유격수 윤진호가 공을 뒤로 빠뜨리며 2점을 헌납했다. 사실 타구 바운드가 높게 튀었고, 타자 정근우의 발이 빨라 병살은 쉽지 않은 타구였지만 2루에서만 아웃을 시켰어도 1실점에 2사 1,3루가 될 수 있었다.
야수들의 연속된 실책에 심리적으로 흔들린 박현준은 후속타자 박재상과 풀카운트 승부 끝에 2타점 우월 2루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LG는 이어 바뀐 투수 최성민이 적시타를 맞고 5회에만 5실점을 했다. 그러나 정상적으로 수비만 했다면 실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실책을 최소한으로만 줄였어도 2점 이상은 주지 않았다. 즉 최소 3점, 최대 5점을 상대에게 헌납한 것이다.
반면 SK의 수비를 살펴보면 실점을 막아내며 승리를 지켜냈다. SK는 3회 위기를 맞았다. 2사 1,2루에서 정주현이 친 타구가 1,2루간을 꿰뚫는 우전 안타성 타구였다. 그러나 2루수 정근우가 끝까지 따라가 공을 잡은 뒤 몸을 한 바퀴 돌면서 잠시 중심을 잃었지만 정확하게 1루에 던져 아웃을 시켰다.
만약 이 타구가 우전안타 또는 내야안타만 됐어도 2루에 있던 서동욱이 홈을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LG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타격감이 가장 좋은 이병규가 타석에 들어섰다. SK는 최소 1점, 최대 2점 이상을 수비로 지켜낸 것이다.
단순히 한 경기, 그리고 한 순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에서 수비의 비중이 얼마만큼 크며, 그 가치는 공격력 이상이라는 점을 메이저리그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월 중순 미국스포츠전문매체인 'ESPN'에서 발행하는 유료 잡지에서 '벅 쇼월터 매직'이라는 기사를 작성했다. 쇼월터는 지난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속한 볼티모어 오리올스 감독으로 부임했다. 정확히 8월 4일(이하 한국시간)이었다.
당시 볼티모어의 성적은 32승73패였다. 지구 선두 경쟁을 하던 뉴욕 양키스, 탬파베이 레이스, 보스턴 레드삭스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쳐진 꼴찌였다. 그러나 쇼월터 부임 후 볼티모어는 다른 팀이 됐다. 쇼월터는 지난해 부임 후 성적이 34승23패를 기록하며 미네소타 트윈스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비결은 수비와 마운드 보강에 있었다. 쇼월터 감독이 부임 전과 부임 후부터 시즌 초 4연승까지를 기준으로 놓고 볼 경우 부임 전 득점은 3.61점이었다. 부임 후 득점은4.10이었다. 득점력은 0.5점가량 늘었다. 반면 실점률은 5.46에서 3.60으로 2점 가량이 떨어졌다. 덕분에 볼티모어는 승리를 거두는데 많은 점수가 필요하지 않았다.
쇼월터 감독은 또 좌익수에 노란 레이놀드와 코리 페터슨을 대신해 펠릭스 파이를 주전으로 기용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서 "공격력은 파이가 레이놀드와 페터슨에 비해 떨어지지만 골든글러브 수상자인 아담 존스와 닉 마카키스에 비해 수비를 잘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실점률이 낮아졌다는 점을 수비만 잘했다고 볼 수 없다. 선발 뿐 아니라 불펜에서도 제 역할을 했기 때문에 가능하다. 쇼월터 감독 부임 전후를 놓고 볼 때 탈삼진 수치가 6.1개에서 6.7개로, 볼넷 숫자도 3.6개에서 2.8개로 한 개 가량 줄었다. 피홈런 수치도 1.2개에서 1.0개가 됐다. 경기 당 호수비 수치도 2.1개에서 3.1개가 되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3위가 됐다. 더불어 경기 중 실책과 기록되지 않은 실책 수치는 2.3개에서 2.1개로 줄었다.
볼티모어는 개막 후 4연승을 달리며 돌풍의 팀이 되는 듯 싶었으나 이후 주춤하면서 20일 현재 31승37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최하위다. 그러나 지난해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신시내티 레즈는 수비와 투수력 보강으로 지난해 지구 1위에 올랐다.
18일 경기 후 양팀 감독의 멘트를 들어봐도 승부는 LG 수비에서 갈렸음을 알 수 있다.
승장 김성근 SK 감독은 "송은범이 잘 던졌다"고 칭찬한 뒤 "이어 상대 실책을 틈타 대량 득점을 한 것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LG의 실책이 없이는 결코 쉬운 승리를 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패장 박종훈 LG 감독은 "단단한 수비를 위해 더 준비하겠다"면서 수비에서 패했음을 인정했다.
올 시즌 LG는 65경기에서 실책을 49개나 범했다. 롯데(56개) 다음으로 많다. 반면 61경기를 치른 SK는 33개로 KIA(30개) 다음으로 적다.
LG의 올 시즌 목표는 명확하다. 9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다. LG는 지난해 10월부터 많은 훈련을 통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땀방울과 노력은 선수들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메이저리그 신시내티와 볼티모어의 비결을 벤치 마킹할 필요도 있다. 특히 주전 라이업이 절반 이상 빠져나간 상황에서 공격력으로 대체하기 보다 수비를 더 보완해 상대실점을 막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격이 될 수도 있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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