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유라 인턴기자] 지난 6월 9일 넥센 히어로즈의 외국인 타자 코리 알드리지(32)가 타격 부진을 이유로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 야구계에서는 알드리지가 곧 퇴출될 것이라는 예상이 흘러나왔다. 알드리지는 시즌 초반부터 제 실력을 보여준 적이 없고 넥센은 알드리지의 활약을 무작정 기다리기엔 팀 사정이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열흘 뒤인 19일 목동 롯데전에서 알드리지는 4타수 3안타 2타점으로 이날 팀 득점의 절반을 쓸어담았다. 알드리지는 이날 전까지 2경기 연속 홈런포를 가동하기도 했다. 비록 이날 경기에서 팀이 4-10으로 역전패하며 활약이 빛을 바랬지만 알드리지는 이제 조금씩 팀의 클린업 타자로서의 본능을 살려내고 있다.
사실 알드리지의 타율은 2할4푼9리로 아직 외국인 타자에 대한 기대에 부응하는 수준은 아니다. 그러나 서서히 방망이를 달구기 시작한 알드리지의 6월 타율은 2할9푼3리. 5월까지 4개의 홈런에 그쳤던 알드리지는 6월에만 5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알드리지는 득점권 타율도 2할7푼3리, 장타율은 3할3푼3리로 끌어올리며 이제 명실공히 팀의 중심타자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특히 만루 상황에서의 타율이 5할(8타수 4안타)이라는 점은 한 방이 필요할 때 해줄 수 있는 타자라는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알드리지가 이렇게 달라진 이유는 무엇일까. 알드리지는 지난 16일 두산전에 앞서 "요즘 스윙 궤적을 달리해 어떤 공에도 대처할 수 있는 컨택 능력을 기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직구로 승부하는 미국 투수들과 달리 변화구를 주무기로 구사하는 한국 투수들에게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날 김시진(53) 넥센 감독이 "알드리지가 부진해도 빼지 않겠다"라고 말하며 믿음을 보여준 것도 '위기의 알드리지'에게 플러스 요인이 됐다.
그 동안 부진하면서도 선수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말을 걸고 취재진에게도 격의없이 장난치는 알드리지를 보며 구단 관계자들은 "선수는 참 착한데…"라며 안타까움을 보였다. 성적으로 말해야 하는 야구장에서 착하기만 한 외국인 선수로 남을 뻔 했던 알드리지는 스스로 스윙을 바꾸는 노력 끝에 단기간에 실력도 뛰어난 타자로 '일취월장'하고 있다.
autumnbb@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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