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유연해서 6년 연속 기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 유연성을 물려주신 부모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몸만이 아닌 마인드도 유연한 에이스의 한 마디였다. 개인통산 최연소 1000탈삼진(1003개, 20일 현재) 및 현역으로 유일하게 6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류현진(24. 한화 이글스)의 이야기다.

류현진은 19일 대전 두산전서 선발로 나서 9이닝 6피안타(탈삼진 8개, 사사구 2개) 1실점으로 완투승을 올렸다. 시즌 7승(6패)째를 완투승으로 장식한 셈.
특히 류현진은 6회초 최준석을 상대로 4구 째 유인구성 슬라이더(136km)를 던져 헛스윙 삼진으로 개인 통산 1000번째 탈삼진이자 6년 연속 한 시즌 세 자릿수 탈삼진을 솎아냈다. 6년 연속 기록은 해태 선동렬, 이강철, 한화 정민철, 구대성, 현대 정민태, 두산 다니엘 리오스 이후 역대 7번째 기록으로 현역선수 중에서는 류현진이 유일하다.
외국인 선수인 리오스를 제외하면 국내 선수로는 2000년 구대성과 정민태 이후 처음있는 기록이다. 또한 고교 졸업과 함께 곧바로 프로에 뛰어든 투수로는 현재 팀 투수코치인 정민철에 이어 두 번째로 달성한 6년 연속 기록이다.
지난해까지 매년 150이닝 이상을 꾸준히 던졌음에도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류현진. 그를 가장 가까이서 돌본 이 중 한 명인 조대현 트레이너는 류현진의 영리함을 가장 큰 장점으로 꼽았다.
"현진이가 아무래도 고교(동산고) 시절 팔꿈치 수술 전력을 갖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 스스로 제 상태를 잘 알고 그에 따라 투구 패턴을 달리합니다. 어떤 날은 전력투구로 타자를 제압하고 컨디션이 다소 안 좋다 싶으면 허허실실 투구를 보여줘요. 정말 머리가 좋은 투수입니다".
실제로 류현진은 19일 경기서 최고 153km의 직구와 서클 체인지업에 2007년 한용덕 코치로부터 사사한 130km대 중후반의 낙차 큰 슬라이더도 섞어던졌다. 153km는 올 시즌 그의 최고 구속으로 몸 상태가 굉장히 좋았다는 점을 증명한다.
그러나 컨디션이 다소 안 좋다 싶으면 145km를 넘지 못하는 최고 구속으로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내는 투수가 류현진이다. 힘이 다소 부친다 싶으면 능구렁이가 스멀스멀 담을 넘는 듯한 기교파 투수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날은 파워피처, 어떤 날은 팔색조가 되는 변화무쌍한 에이스.
또한 부드러운 투구폼은 류현진이 가진 커다란 장점이다. 동기생 김현수(두산)는 일본의 유명 투수들과 비교하며 류현진의 유연한 투구폼을 칭찬했다. 투구폼의 기본이 되는 유연함은 류현진 본인도 인정한 장점.
"다르빗슈 유(니혼햄)나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 같은 경우는 투구폼이 역동적이라 묵직한 공을 각오하고 타격에 나설 수 있어요. 그러나 이와쿠마 히사시(라쿠텐)나 현진이의 경우는 투구폼이 역동적이지 않은데 막상 공을 보면 대단하잖아요. 개인적으로 부드러운 투구폼이 현진이의 어마어마한 무기라고 생각합니다".
제 몸 상태를 스스로 알고 투구를 조절할 정도로 머리가 좋고 무리가 가지 않는 부담없는 투구폼을 지닌 류현진. 현역 유일의 6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 기록을 이어가며 국내 최고 에이스 자리를 확고하게 지키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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