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 정말 고생했다".
한화 '괴물 에이스' 류현진(24)의 '1000K' 대기록이 달성되는 순간. 대전구장에서는 뜨거운 환호와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그때 지정석의 한 남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다. '괴물의 아버지' 류재천(55)씨였다. 아버지는 자랑스런 아들의 대기록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류현진은 지난 19일 대전 두산전에서 9이닝 6피안타 2볼넷 8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두 번째 완투승을 거뒀다. 완투승보다 빛나는 건 최연소·최소경기 1000탈삼진이었다. 주형광의 최연소 기록을 19일, 정민철의 최소경기 기록을 27경기 앞당겼다. 누구보다 빠른 속도로 탈삼진을 잡아냈다. 류현진의 통산 9이닝당 탈심진은 8.5개로 1000이닝 이상 던진 투수 중 구대성(9.7개)-선동열(9.3개) 다음이다. 류현진은 순수 선발로만 뛰었다는 점에서 더 대단하다.

최연소·최소경기만큼 주목해야 할 기록이 바로 6년 연속 세 자릿수 탈삼진이었다. 이는 선동열(해태) 이강철(해태) 정민철(한화) 구대성(한화) 정민태(현대) 다니엘 리오스(두산) 이후 역대 7번째 기록이었다. 특히 고졸 신인으로 데뷔와 동시에 6년 연속 고지를 밟은 건 정민철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이날 승리로 류현진은 개인 통산 20번째 완투승까지 거뒀다. 그만큼 오랫동안 꾸준하게 잘 던지고 있는 것이다.
류현진은 그 이유를 부모님에게서 찾았다. 그는 대기록 달성에 대해 "특별한 이유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몸이 유연한 게 가장 큰 것 같다. 부모님이 유연한 몸을 물려주셨다. 이렇게 만들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류현진은 몸이 아주 유연하기로 소문났다. 한대화 감독도 "선천적으로 몸이 유연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던질수 있다. 선동렬 감독처럼 몸이 부드러운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1000탈삼진을 달성한 경기에서도 류현진은 4일만 쉬고 등판한 상황이었다. 지난 14일 대전 KIA전에서 7이닝 동안 110구를 던졌던 류현진은 4일을 쉬고 마운드에 오른 이날 9이닝 동안 123개의 공을 뿌렸다. 그러나 그는 "그리 많이 힘들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틀린 말이 아니다. KIA전에서 류현진은 110구 중에서 무려 60개가 145km 이상 강속구였다. 이날은 123개 공 중에서 145km 이상은 31개 뿐이었다.
상황에 따라 스스로 컨디션을 조절하고 던질 줄 아는 능력이 있는 것이다. 물론 힘을 써야 할 때는 쓴다. 이날 류현진이 기록한 최고 구속은 153km. 올 시즌 최고 스피드였는데 9회 2사 3루에서 오재원을 상대로 던진 공이었다. 류현진은 "나 같은 경우에는 많이 던진다고 해서 힘든 것은 없다. 몸만 아프지 않으면 된다"고 자신했다. 경기 후 그의 아버지 류재천씨는 "다른 말 필요없다. 우리 아들 정말 고생했다고만 써달라"며 만면에 웃음꽃을 피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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