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최고 포수는 SK 박경완이었다. 성치 않은 몸으로도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SK의 페넌트레이스 1위와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수술을 뒤로 미루고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참가해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비록 골든글러브는 LG 조인성에게 돌아갔지만 박경완이 차지해도 이상할게 없었다.
그러나 올해 최고 포수 박경완은 없다. 지난 겨울 수술받은 왼쪽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1군과 재활군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올해 박경완의 1군 출장은 10경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가 빠지는 사이 포수 지형도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다. 박경완의 빈자리를 정상호(SK)가 잘 메우며 최고 포수를 향해 명함을 내밀었고, 강민호(롯데)와 양의지(두산)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조인성(LG)처럼 건재를 과시하는 포수들도 있다.
올해 정상호는 1위 SK를 이끄는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있다. 53경기에서 418⅓이닝을 책임졌다. 그가 포수 마스크를 썼을 때 SK 팀 평균자책점은 3.23이다. SK도 1위이고, 정상호도 포수 중 1위다. 여기에 도루저지율도 3할7푼3리로 리그 전체 4위에 랭크돼 있다. 타격도 타율 2할6푼9리 4홈런 22타점. 여전히 볼 배합에서 종종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질책을 받기도 하지만 2009년 19연승을 이끈 경험이 있는 포수다운 플레이를 하고 있다.

롯데 강민호도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59경기에서 426⅓이닝 동안 마스크를 쓴 강민호는 도루저지율이 4할2푼9리로 리그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팔꿈치 부상 여파로 도루저지율이 2할4푼7리밖에 되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타격도 매해 발전하고 있다. 올해 타율 3할2푼1리 9홈런 33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평균자책점이 4.56으로 높은 편이지만 롯데 투수진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걸 감안해야 한다.
두산 양의지도 풀타임 2년차를 맞아 많이 발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51경기에서 385이닝 동안 홈플레이트를 지킨 양의지는 도루저지율이 3할9푼3리로 전체 3위에 올라있다. 지난해 도루저지율 2할4푼8리를 떠올리면 매우 좋아진 것이다. 포일도 단 2개로 적은 편. 지난해 블로킹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는데 올해는 이 같은 모습이 많이 개선됐다. 타격은 홈런이 2개로 줄었지만 타율은 2할9푼9리로 오히려 높아졌다.
LG 조인성도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일단 64경기에서 무려 525⅔이닝 동안 포수 마스크를 쓰고 안방을 지켰다. 8개 구단 통틀어 500이닝 이상 뛰고 있는 포수는 조인성이 유일하다. 도루저지율은 3할3푼3리로 전성기보다 낮고, 포일도 11개로 가장 많지만 그만큼 많은 경기과 이닝에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타격에서도 타율 2할9푼8리 10홈런 38타점으로 변함없는 존재감을 과시하는 중이다.
나머지 팀에서는 확실한 주전포수가 아니라 2인 체제로 운용되고 있다. 삼성은 시즌 초반 채상병이 중용되다 진갑용이 지난달부터 주전 마스크를 쓰고 있다. 진갑용은 도루저지율 4할1푼2리로 1위 강민호 다음이다. KIA는 선발투수에 따라 차일목과 김상훈이 번갈아 나온다. 차일목과 김상훈은 포일이 각각 0개·1개밖에 되지 않는다. 한화는 신경현과 이희근이 분담하다 최근 이희근이 부상으로 빠져 베테랑 신경현이 중용되고 있다. 넥센은 강귀태의 잦은 부상으로 허준과 허도환이 번갈아 마스크를 쓰고 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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