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임찬규(19)에게 '6월 17일'은 잊고 싶은 날이다. 그러나 그러기가 쉽지 않은 날이기도 하다.
임찬규는 지난 17일 잠실 SK전에서 팀이 4-1로 앞선 9회말 마무리투수로 등판해 밀어내기 볼넷으로 3점을 내주고 4-4 동점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갔다.
당시 LG는 4연패 중이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 승리가 간절했다. 임찬규 역시 그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였을까. 다른 때보다 제구가 되지 않으며 볼넷을 남발했다.

이에 대해서 박종훈 LG 감독은 19일 잠실 SK전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투수 코치가 임찬규를 바꾸자고 했는데 내가 계속 가자며 밀고 나갔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결정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는 "어차피 임찬규가 우리팀 마무리투수다. 찬규는 이상열, 김선규와 함께 필승조다. 찬규가 무너지면 끝이 없었다"면서 "그 상황에서 찬규를 내리면 자신감을 잃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감독은 "사실 나는 투수를 안 해서 투수 심리에 대해서 잘 모른다. 지나고 나서 생각한 건 투수코치의 말이 맞았다. 내가 더 나쁘게 만든 것 같기도 하다"면서 "아마 지금 찬규는 많이 힘들 것"이라고 안쓰러워했다.
그렇다면 마운드에서 공을 던진 임찬규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임찬규는 "사실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처음 볼넷을 내주고 어떻게든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노력했다. 홈런을 맞아도 좋으니 가운데만 보고 던졌다. 그런데 스트라이크가 들어가지 않았다"며 밀어내기 순간을 떠올렸다.

심호흡을 위해 잠시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임찬규는 "1루 견제도 해봤다. 2루쪽으로 걸어가면서 심호흡도 크게 해봤다. 로진백을 만지면서 평정심을 되찾으려고 했으나 쉽지 않았다"면서 "결과적으로는 안 좋았지만 내게 큰 도움이 됐다"며 벌써 마음속에서 훌훌 털어버린 듯 했다.
실제로 임찬규는 19일 팀이 2-6으로 뒤진 9회 등판해 첫 타자 이호준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후속타자 최정을 좌익수 플라이, 대주자 김연훈이 도루를 실패하며 ⅔이닝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임찬규 역시 이날 경험이 본인에게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감독님께서 믿고 맡겨주셨는데 승리를 지키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 컸다. 특히 팀이 연패 중이었기에 부담도 있었다"고 말한 뒤 "경험하기 힘든 일을 했다. 다시 집중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힘차게 던지겠다"고 다짐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임찬규는 한 번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는 "어떻게 제가 마운드 위에서 4타자 연속 볼넷을 또 해보겠나. 최악의 경험을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다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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