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을 향해 걷는 SK 최정의 '사구 행진'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1.06.20 15: 34

[OSEN=이대호 인턴기자] 몸에 강속구를 맞는 걸 좋아하는 선수는 없다. 때로 정신력과 투지로 필요한 순간에 억지로 공에 몸을 가져다 대는 선수도 있지만 막상 공이 오면 절로 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공에 맞으면 며칠 동안 멍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로 아프기도 하지만, 잘못 맞았을 경우 큰 부상으로 이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 기자 레너드 코페트가 쓴 <야구란 무엇인가>에서 타격에 대해 '타격의 시작은 공에 대한 공포심을 어떻게 극복 하는가'라 할 만큼 타자에게 있어 몸에 맞는 볼, 즉 사구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따라다니는 공포의 대상이다. 이번 시즌 가장 많이 '타자에게 가장 큰 공포'가 현실이 된 선수는 현재 20일까지 사구 13개를 기록 중인 SK 와이번스의 3루수 최정(24)이다.
▲ 5G 연속 사구…이번 시즌에도 최정

지난 7일부터 11일까지 최정은 5일 연속 공을 맞는 진기록을 세웠다. 최정은 이번 시즌 벌써 13개의 사구를 기록하며 공동 2위인 삼성 박석민, 두산 김동주, 넥센 김민성(7개)보다 2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사실 최정은 매년 사구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최정은 2010년 팀 동료 박경완(27개)에 이어 사구 2위(20개)를 기록했고 2009년에는 22개로 1위를 차지했다. 또 2008년에도 18개를 기록한 롯데 이대호에 이어 17개로 2위에 올랐다.
두 자리 수 사구 연속 시즌 기록은 현재 삼성 2군 타격코치로 있는 김한수의 8년(1999년~2006년)이다. 현역 가운데는 롯데 이대호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 연속 두 자리 수 사구를 기록 중이다. 최정은 이번 시즌을 포함해 5년 연속 두 자리 수 사구를 올리고 있다. 만약 올해 7번 만 더 공에 맞는다면 사상 최초로 3년 연속 20사구를 기록한 선수가 된다.
▲ 타석 당 사구 압도적 1위…1주일에 한 개꼴
역대 사구 1위는 올해 선수생활 21년차인 SK 박경완(165개)이다. 그 뒤로 박종호(전 LG, 161개), 김한수(전 삼성, 148개), 송지만(넥센, 141개), 김동주(두산, 139개) 등이 뒤따르고 있다. 최정은 지금까지 총 92개를 맞아 역대 21위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20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선수들 가운데 이대호와 공필성(11시즌)을 빼면 모두 14시즌 이상 선수생활을 하며 기록한 수치다. 최정이 프로 데뷔 7년차라는 점을 생각하면 사구 적립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타석 당 사구 개수를 따져보면 최정이 얼마나 많이 맞고 있는지 확실히 드러난다. 통산 사구 1위인 박경완은 44.1타석 당 한 번 사구를 기록했고 2위 박종호가 36.7타석 당 1회, 3위 김한수는 39.5타석 당 한 번 공을 맞았다. 또 통산 사구 9위인 이대호가 35.5타석 당 1회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최정은 27.1타석에 한 번 공에 맞았다. 즉 최정은 대략 일주일에 한 번은 공에 맞고 있는 것이다.
 
▲ 왜 유독 최정만 공에 많이 맞을까
가장 궁금한 건 왜 하필 최정이 많은 사구에 몸살을 앓고 있냐는 점이다. 보통 투수들은 큰 타구를 맞지 않기 위해 슬러거들이 나오면 무리해서라도 몸 쪽 승부를 즐겨한다. 혹은 몸 쪽 공에 약점을 보이는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공을 몸으로 붙인다. 하지만 최정은 거포라기보다는 중장거리 타자에 가깝고, 몸 쪽 공에 강한 모습을 보이기에 투수들이 굳이 몸 쪽을 약점으로 공략하려 하지 않는다.
최정은 강한 손목 힘을 바탕으로 타석 안쪽에 바짝 붙어서 공을 몸 쪽으로 붙여놓고 치는 타격을 즐겨한다. 그렇기에 갑자기 몸 쪽으로 공이 날아오면 다른 선수들에 비해 피하기가 쉽지 않다. 또 공이 몸 쪽으로 온다 해도 피하지 않고 맞고 나가려는 투지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것만으로는 최정이 유독 공에 많이 맞는 이유를 설명하기는 부족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기이한 최정의 사구 행진을 두고 '몸에 자석이 달려 있어서 공을 잡아당긴다'는 '최정 자석설'을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의 추세라면 최정은 '역대 최다 사구'라는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게다가 지난해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특례까지 받아 더욱 빨리 기록을 갈아치울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사구는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는 만큼 이번 시즌에는 최정이 '3년 연속 20사구'라는 진기록을 욕심내지 않고 공을 피할지, 아니면 자주 맞는 최정을 안타깝게 여긴 공이 그를 피해 다닐지 주목된다.
cleanupp@osen.co.kr
화보로 보는 뉴스,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OSEN 포토뉴스’ ☞ 앱 다운 바로가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