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치열한 선두 싸움이 흥미진진하다.
SK 와이번스가 지난주 4승2패를 거두며 37승24패로 개막 이후 줄곧 1위 자리를 지켰다. 36승2무26패를 기록한 2위 삼성 역시 지난주 4승2패를 거두며 4위에서 2위로 뛰어 올랐다. KIA는 3승3패에 그치며 37승28패로 3위에 그쳤다. LG는 지난주 이맘때 2위였으나 1승5패로 침체에 빠지며 35승30패로 4위로 처졌다.
그 어느 해보다 때이른 무더위 만큼이나 열띤 선두 경쟁에서 재미있는 사실이 있다. 바로 1위부터 4위까지 순위가 팀 평균 자책점 순서대로라는 것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이다'는 속설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1위 SK는 평균자책점 3.23로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두터운 마운드를 자랑하고 있다. 외국인투수 개리 글로버가 올 시즌 14경기에 등판해 6승2패 평균자책점2.81을 기록하며 개인 자책점 부문에서도 1위다. 재미있는 사실은 글로버 외에 평균자책점 부문 18걸에 아무도 없다는 사실이다. 팀 마운드를 지키는 좌완 중간 불펜 투수들인 고효준, 전병두, 이승호, 정우람, 그리고 정대현 등이 만들어낸 성과물이다.
삼성은 SK와 달리 선발진과 불펜의 조화로 3.50을 기록하며 2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선발요원인 차우찬과 카도쿠라 켄이 10위 안에 들었다. 꾸준히 1위를 지킨 카도쿠라는 KIA전에서 대량실점하며 10위로 떨어졌다. 여기에 안지만, 정현욱, 권혁, 권오준, 그리고 마무리 오승환이 지키는 불펜진은 SK와 견줘 뒤지지 않을 정도로 강력하다.
KIA는 SK, 삼성과 달리 강한 선발진이 평균자책점 3.88로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평균자책점 2.83으로 2위에 오른 로페즈를 비롯해 6위 윤석민(3.05), 9위 트레비스 블랙클리(3.44)까지 3명이 10걸에 들었다. 선발 투수 가운데 3명이나 3점대를 자랑할 정도 안정된 피칭 스탯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1,2,3 선발이 총출동하는 날에는 '스윕만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LG는 지난해에 비해 투수층이 확연히 좋아졌다. 덕분에 팀 평균자책점도 5.23에서 4.19로 1점 이상 낮추며 시즌 초 2위를 한달 넘게 지켰으나 6월 들어 선발투수들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 이하)가 두 차례에 그치며 3점대에서 4점대로 상승했다. 박현준, 벤자민 주키치, 레다메스 리즈로 이어지는 1,2,3선발투수들이 분발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왜 평균자책점 순서대로 현재 4강 순위 싸움이 진행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서 LG '주장' 박용택은 "타격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1일 현재 타격 1위는 이병규(3할7푼3리)다. 가장 잘 치고 있는 이병규도 10번 싸워 4번을 이기기 힘들다는 것이다. 여기에 상대 에이스급 투수와 상대할 경우 안타 하나 치기도 버겁다.
투수의 경우에는 안타를 맞는다고 모두가 실점으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다. 최근에는 야수들의 수비가 더욱더 견고해져 안타 3개를 치고도 홈에서 아웃되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즉 투수는 3연속 안타를 맞고도 실점을 하지 않을 확률이 있다는 것이다.
박용택도 "지난해에는 우리팀 타율은 매우 좋았다. 타자들도 정말 잘 쳤다. 그러나 올해 LG가 4강 싸움을 하고 있는 것도 박현준, 리즈, 주키치 등 선발 투수들이 잘 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면서 "물론 타자들이 잘 쳐야 하지만 그에 앞서 투수들이 잘 던져줘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요한 사실은 지난해 정규리그 순위에서도 4위를 차지한 롯데를 제외하고 상위 세 팀이 평균자책점 순위 1,2,4위를 차지했다는 것이다. 팀 평균자책점, 4강 싸움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통계다.
agassi@osen.co.kr
<사진>윤석민-정우람-차우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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