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시아를 바라보는 한화 선수들의 시선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1.06.21 10: 50

열흘이 지났다. 뚜껑을 열어 보니 당초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한화가 '멕시칸 독수리' 카림 가르시아(36)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선수단에 합류한 가르시아는 9경기에서 37타수 8안타로 타율은 2할1푼6리밖에 되지 않지만 3홈런 15타점으로 확실한 결정력을 발휘하고 있다. 2경기 연속 만루 홈런과 끝내기 스리런 홈런으로 존재감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가르시아가 들어온 후 한화는 평균 6.3득점으로 KIA(6.8점) 다음 많은 평균 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가르시아를 바라보는 한화 선수들의 시선에는 경외감과 따뜻함이 섞여있다.
에이스 류현진은 가르시아에 대해 "언빌리버블"이라며 "정말 잘 친다. 타구를 보면 잘 맞은 것이 아니어도 워낙 힘이 좋아서 다 넘어간다. 확실히 힘이 좋고, 노림수가 있는 것 같다. 우리말도 잘하고 적응도 잘한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가 들어온 뒤 투수들이 아주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언제든 담장을 넘길 수 있는 확실한 거포가 들어오면서 팀 득점이 늘었고 그만큼 투수들도 던질 맛 난다는 이야기였다. 장민제도 첫 선발승을 거둔 후 "가르시아에게 고맙다"고 할 정도였다.

야수들의 생각도 긍정적이었다. 이여상은 "가르시아가 합류하면서 팀 타선의 짜임새가 좋아졌다. 팀에 힘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대수도 "가르시아가 들어온뒤 우리팀이 강해진 건 틀림없는 사실이다. 선수들의 자신감이 더해졌다. 가르시아도 생각보다 훨씬 적응을 잘한다"고 했다. 가르시아의 합류로 경쟁이 불가피해진 고동진도 "가르시아가 잘하니까 나도 좋다. 우리팀이 더 강해지지 않았나. 가르시아가 합류했지만 감독님께서 여러 선수들에게 돌아가며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에 문제될게 없다"고 했다.
무엇보다 팀을 위해 헌신하는 모습은 모든 선수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지난 18일 대전 두산전에서 1-11 무려 10점차로 뒤지던 6회 가르시아는 1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들어갔다. 이미 승부는 기울었다. 외국인선수는 몸이 재산이다. 그런데도 가르시아는 "덕아웃 분위기가 너무 처져있었다. 파이팅을 보이고 싶었다"며 1루를 향해 몸을 날렸다. 팀을 대표하는 허슬 플레이어 한상훈도 가르시아를 직접 찾아가 "허슬 플레이가 뭔지 보여줬다. 덕분에 팀 분위기가 살아났다"며 고마워 했다.
빠른 적응력도 높이 살만한 대목이다. 최진행은 "가르시아가 생각보다 과묵한 스타일이다. 롯데에서는 방망이를 부러뜨리고 화끈한 모습을 많이 보여줘 그런 성격일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조용하고 자기 일을 한다"고 증언했다. 가르시아의 나이가 주장 신경현과 동갑일 정도로 연륜이 있는 선수이기 때문에 한화 선수들도 그런 그를 예우하고 있다. 하지만 류현진처럼 경기가 끝난 뒤 방을 찾아가 장난을 거는 선수들도 있고, 정원석처럼 홈런 세레머니 연구를 위해 머리를 맞대는 친구도 생겼다. 정원석은 "가르시아가 앞에서 타점을 다 쓸어간다"면서도 "잘해주니까 좋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자주 나가야 홈런 세레머니도 할 수 있다"며 웃어보였다.
그런 가르시아와 선수들을 바라보는 코칭스태프도 흐뭇한 표정이다. 한대화 감독은 "가르시아 저거 진짜 무서운 녀석"이라며 "한 번 이야기를 하면 알아 들을 줄 안다. 나중에 슬럼프에 빠지면 그때 소주를 사주겠다"고 약속했다. 강석천 타격코치도 "매일 먼저 경기장에 나와 특타를 하고 있다. 보통 외국인선수들은 고집을 부리는 면이 있는데 가르시아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스스로 물어볼 정도로 자세가 되어 있다"고 칭찬했다. 가르시아도 "한화의 모든 것이 좋다. 다들 너무 잘해준다. 하루하루가 너무 즐겁고 신난다"며 연신 싱긍벙글이다. 이런 걸 두고 천생연분이라고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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