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번의 7관왕은 가능할까.
지난해 롯데 이대호(29)는 한국프로야구 최초의 7관왕을 달성했다. 타율(0.364)·최다안타(174)·홈런(44)·타점(133)·득점(99)·장타율(0.667)·출루율(0.444) 등 도루를 제외한 타격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불렸다. 그러나 올해 이대호의 페이스를 보면 결코 후무한 기록이 아니다. 올해 이대호는 2년 연속 7관왕이라는 대기록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를 비교할 때 7관왕 페이스는 과연 어떠할까.
지난해 6월20일까지 이대호는 66경기에서 타율 3할7푼8리 98안타 20홈런 67타점 53득점을 기록했다. 장타율은 6할4푼1리이고 출루율은 4할5푼1리였다. 타율·최다안타·홈런·장타율 등 4개 부문에서 1위였다. 홈런은 한화 최진행과 공동 1위. 타점·득점은 75타점과 58득점을 기록하던 팀 동료 홍성흔 다음이었다. 출루율은 한화 김태완(0.469)에 이어 2위였다. 타점에서 9개로 가장 큰 격차를 보였지만 나머지 부문은 언제든 뒤집기가 가능했고, 결국 모두 다 역전하는데 성공했다.

이대호가 7관왕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건 러닝 메이트 역할을 하던 홍성흔이 시즌 막판 부상으로 한 달여간 결장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물론 홍성흔이 앞 타순에서 이대호와 시너지 효과도 냈지만 타점을 나누기란 쉽지 않았다. 홍성흔이 부상당한 지난해 8월16일까지 득점권 타석은 홍성흔(149)이 이대호(139)보다 많았다. 홍성흔이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 타점은 2개 차이였는데 이후 이대호가 독보적으로 치고 나갔다. 홈런과 출루율에서도 경쟁자였던 최진행과 김태완이 조금씩 뒤로 처지면서 이 부문에서도 자연스럽게 이대호의 독주로 이어졌다.
올해도 지난해와 상황이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지난 20일까지 63경기에 나온 이대호는 타율 3할6푼6리 86안타 17홈런 60타점 42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장타율은 6할3푼4리이고 출루율은 4할5푼1리다. 최다안타·홈런·타점·장타율 등 4개 부문에서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타율·출루율 2위, 득점 공동 7위에 올라있다. 타율 1위 이병규(0.373), 출루율 1위 이용규(0.456)와 격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에서 언제든 추월이 가능하다. 다만 득점이 변수로 작용한다.
현재 득점 1위는 두산 오재원(45점)이다. 이대호는 SK 정근우와 3점차로 공동 7위에 올라있다. 득점은 자주 출루해야 하지만 후속 타자들이 그만큼 적시타를 많이 쳐야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롯데 타선이 지난해만 못하다는 것이 변수가 될 수 있다. 지난해 롯데는 이대호 뒤로는 카림 가르시아-강민호-전준우라는 또 다른 강타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 멀리 칠 줄 아는 능력을 갖춘 타자들이라 이대호가 홈을 밟는데 무리가 없었다. 올해는 후속 타자들이 지난해보다 많이 약해졌다. 지난해 경기당 평균 5.8득점을 올렸던 롯데 타선은 올해 5.1점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이 시기보다 이대호의 득점이 11점이나 떨어진 데에는 이유가 있다.
지난해 이대호는 여름부터 진가를 발휘했다. 7월 이후에만 타율 3할6푼5리 22홈런 62타점을 휘몰아쳤다.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세계 신기록도 8월 한창 더울 때 작성된 것이었다. 올해도 여름에 얼마나 방망이가 폭발하지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해 홍성흔은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레이스를 완주하지 못했지만 최고의 러닝 메이트였다. 올해도 이대호에게는 이병규와 이용규라는 좋은 경쟁자들이 있다. 대기록에는 언제나 좋은 러닝 메이트가 함께 하기 마련. 지난 2003년 이승엽의 56홈런에는 심정수의 53홈런이 있었다. 이대호의 2년 연속 7관왕을 기대할 수 있는 이유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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