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혜린 기자] 음악이 방송가의 구원투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청률을 끌어올리는데 음악이 최고의 효과를 입증하면서, 예능과 드라마는 음악 얘기로 가득한 상황이다.
우선 예능은 음악에 큰 빚을 지고 있다. 지난해 엠넷 ‘슈퍼스타K2'가 킬러 콘텐츠 역할을 하면서, 이후 예능은 음악으로 ‘통일’된 상태. MBC ‘위대한 탄생’이 제2의 조용필을 찾는다며 신승훈, 이은미 등을 멘토로 내세워 가수 오디션 프로그램을 실시했고, SBS ‘스타킹’도 숨겨진 실력자를 찾는다며 ‘기적의 목청킹’ 등의 코너를 마련했다. MBC ‘놀러와’는 조영남 등 세시봉 가수들의 무대를 꾸며서 시청률 급상승에 성공했고, KBS ‘남자의 자격’은 실력 있는 사람들을 가려내 합창단을 구성하면서 지휘자 박칼린을 스타덤에 올려놨다.

MBC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존경받는 가수들을 데려와 ‘전투’까지 치르게 했다. 가요계 흐름까지 바꿔버린 이 프로그램은 매주 음원차트를 휩쓸면서 시청률에서 나아가 ‘돈벌이’도 되는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해냈고, 뒤이어 KBS가 아이돌 버전의 ‘나는 가수다’인 ‘불후의 명곡2’를 런칭했다. 이미 스케줄이 빡빡한 아이돌 가수들 역시 잠 못자고 연습에 매달려가며 이 프로그램에 임하고 있다.
이쯤되면 거의 모든 간판 예능이 음악 콘텐츠로 승부를 본 상황. MBC ‘무한도전’도 빠질 수 없다. ‘무한도전’은 싸이, 정재형, 이적부터 지드래곤, 10cm까지 섭외해 사실상의 ‘나는 뮤지션이다’를 선보이고 있다. 이들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내는지 집중 조명하고 그 성과물을 음원 서비스할 예정.
이로써, 어린 아이돌부터 재야의 숨은 고수, 개성만점 뮤지션, 잊혀졌던 예전 가수까지 모두가 예능의 시청률 보증수표 노릇을 하고 있는 것.
드라마도 재빨리 움직이고 있다. 아이돌 붐에 힘입어 2009년 SBS ‘미남이시네요’가 히트하자 곧이어 인디밴드를 다룬 KBS ‘매리는 외박중’이 전파를 탔고, 예술고등학교 배경의 KBS ‘드림하이’가 성과를 거두자 곧 예술대학교를 다룬 MBC ‘넌 내게 반했어’가 출격 준비 중이다.
SBS ‘시크릿가든’에서 윤상현은 한류 가수였고, MBC ‘최고의 사랑’에서 공효진은 걸그룹 출신 가수다. 이들이 노래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이들이 부른 노래는 음원으로 서비스돼 큰 인기를 누렸다.
예전에는 가수지망생들이 연기 수업을 필수적으로 받았지만, 이젠 배우들도 보컬 수업을 받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그러나 정작 가요관계자들은 불편하다. 음악 드라마의 주연 제의가 빗발치고, 예능 섭외에 몸이 12개라도 모자라지만, 오히려 가요시장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신곡 발표가 활발해지고, 빅히트 곡이 여러 곡 쏟아져나오는 게 가요 시장의 활성화를 뜻한다고 볼 때, 리메이크 음원과 이벤트성 음원, OST만으로 도배된 가요 차트는 장기적으론 결코 바람직할 수 없다.
음악이 시청률 보증수표가 되면서 우후죽순 쏟아지는 음악 관련 콘텐츠들이 스스로 자부하는 것처럼 과연 가요 시장을 더 풍성하게 할 것인지, 혹은 썰물처럼 유행이 지나간 후 또 다른 부작용을 드러내는 건 아닌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rinn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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