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람(26)이 왜 SK 불펜의 중심에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었던 한판이었다. 이날 정우람은 '역대 최다 홀드 보유자'라는 정식 왕관까지 머리에 썼다.
SK는 21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원정경기에서 박정권의 동점 스리런, 최정의 쐐기 투런으로 7-3 역전승했다. SK가 승리하는 날 어김없이 등판하는 정우람은 이날도 2이닝 동안 1피안타 2볼넷 2탈삼진으로 무실점, 변함없이 팀 승리를 지켜냈다.
이로써 1점차 리드 때 등판한 정우람은 올 시즌 12번째 홀드를 기록, 이 부문 단독 선두로 나섰다. 게다가 26세 20일의 나이로 447경기만에 104번째 홀드를 따내면서 이 부문 신기록 작성자로 이름을 올렸다. 역대 최다 홀드 기록자로 우뚝 선 것이었다. 종전 LG 류택현이 보유했던 103홀드 고지를 넘어선 것이었다.

이날 승리로 연승을 달린 SK는 시즌 38승(24패)째를 거둬 단독 선두자리를 굳건하게 지켜냈다. 특히 SK는 지난달 7일 문학경기 때부터 이어오던 KIA전 5연패 사슬을 끊었다. 시즌 첫 싹쓸이 패배를 안겨준 KIA를 상대로 한 완벽한 설욕전이기도 했다.
초반은 KIA 페이스였다. 1회 이종범의 2타점 적시타로 리드를 시작한 KIA는 3회 좌월 솔로포를 추가, 3-0으로 달아났다. KIA 선발 로페즈는 5회까지 단 3안타만 내준 채 SK 타선을 꼼짝 못하게 틀어막았다. 상대적으로 SK 선발 글로버는 쉽게 실점하면서 아쉬운 피칭을 했다.
하지만 이후 SK 타선이 폭발적인 집중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6회 박정권이 동점 좌중월 스리런포를 날렸다. 이어 7회에는 조동화의 중전적시타가 나오면서 역전에 성공했다.
SK 벤치는 팀이 리드를 잡자 곧바로 정우람을 투입했다. 글로버의 투구수가 100개에 도달한 것도 있지만 1점차 리드에서 가장 믿음이 가는 투수가 바로 정우람이었다.
정우람은 첫 타자 차일목을 볼넷을 내보낸 후 김선빈에게 우전안타, 이범호에게 볼넷을 잇따라 내주며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하지만 나지완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무엇보다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지만 정우람은 교체없이 그대로 마운드에 서 있었다. 이는 곧 SK 벤치의 정우람에 대한 믿음이기도 했다. 실제로 나지완은 시즌 좌투수에게 6할2푼5리를 기록 중이었다. 반면 언더투수에게는 1할4푼3리에 불과했다. 불펜에서는 언더핸더 정대현이 몸을 계속 풀고 있었다.
정우람이 무실점으로 리드를 지켜내자 8회에는 최정의 좌월 투런아치가 불을 뿜었다. 이날 승부를 결정짓는 쐐기포였다.
정우람은 8회 김상현, 이종범, 김주형을 간단하게 삼자범퇴로 막고 9회 박희수에게 바통을 넘겼다. 정우람이 지켜내자 SK 타선은 집중력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 SK가 선두인지, 그리고 정우람이 어떻게 그 핵심에 설 수 있었는지 분명한 한판이었다.
정우람은 경기 후 "홀드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며 "기분은 덤덤하고 기록을 달성한 부분은 기쁘고 보람된다. 동료들에게 이 공을 돌리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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