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가 지난주 시즌 첫 5연패의 충격을 딛고 넥센 히어로즈와 주중 첫 경기를 산뜻한 승리로 장식했다.
덕분에 LG는 22일 현재 36승30패를 기록하며 1위 SK(38승24패)에 4경기 차로 4위에 랭크됐다. 3위 KIA(37승29패)와는 불과 한 경기, 2위 삼성(37승2무26패)와도 두 경기 반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1위도 가시권이다.
그러나 사람의 기대심리라는 것은 무섭다. LG는 지난 8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박종훈 감독을 비롯한 LG 선수들, 프런트까지 모두가 "올 시즌 목표는 9년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다. 가을야구를 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말만 하는 것이 아니라 팬들에게 이 약속을 지난 시즌을 마친 직후부터 남해-진주 마무리훈련부터 미국 플로리다 마무리훈련, 1윌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까지 반년 넘게 쉼 없이 달려왔다.
'땀과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처럼 LG는 올 시즌 개막부터 돌풍을 일으키며 5월 내내 2위를 지켰다. 그러자 어떤 이들이 "LG가 저렇게 한다고 될까. 또 시즌 초반에 반짝하다가 떨어지겠지"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 시즌 LG는 정말 달라졌다.
이효봉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도 21일 겨기 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LG가 연패를 당했지만 지금 정말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를 봐라. 아니 지난 8년 동안 이렇게 잘하고 있는 시즌이 언제 있었냐"면서 "시즌 초 워낙 잘 하다 보니까 팬들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기대 심리가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LG는 이 위원의 말처럼 올 시즌 현재까지 매우 잘하고 있다.
무엇보다 박현준, 벤자민 주키치, 레다메스 리즈로 구성된 1,2,3선발은 8개 구단 어느 팀과도 경쟁할 수 있을 정도의 경쟁력을 키웠다. 박현준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8승으로 여전히 다승 1위다. 여기에 주키치와 리즈도 각각 5승씩을 거뒀다. 마운드의 높이가 달라진 점이 지난 8년과 비교해 가장 큰 변화라고 볼 수 있다.
투수들이 잘 던지자 타자들도 덩달아 신났다. 일본에서 복귀 2년차를 맞은 '적토마' 이병규는 후배들의 정신적 지주로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병규는 현재 3할6∼7푼 사이를 오가며 타격 수위를 다툴 정도로 맹활약을 하고 있다. 여기에 박용택, 조인성등도 간판타자로서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물론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지만 시즌 초 주전 유격수 오지환을 시작으로 중견수 이대형, 우익수 이진영, 1루수 이택근, 내야수 박경수,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고독한 에이스로 맹활약했던 봉중근마저 부상을 당하며 6월 들어 페이스가 많이 떨어지며 8승10패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부상 선수들이 속출한 가운데서도 백업요원인 김태완, 윤진호, 백창수가 내야를 책임졌고, 정주현, 양영동이 외야에서 제 몫을 해냈다. 특히 내외야 모두를 소화한 서동욱은 LG의 팔방미인이다. 마운드 역시 김선규, 이상열, 임찬규 등이 필승조로 맹활약하며 조금은 힘겹게 보일 수도 있지만 팀의 승리를 지켜내고 있다.
주전 선수들 뿐 아니라 백업 선수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뛰기 때문에 LG는 현재 고전은 하고 있지만 지난 몇 년과 같이 일순간에 무너지는 일은 없다. 이병규 역시 "야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26명 엔트리에 포함된 선수 모두가 하는 것"이라며 현재 부상선수들로 인해 힘든 가운데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역설했다.
LG 관계자 역시 "우리 팀이 지난해 이맘때 승패 비율로 놓고 보면 패가 더 많았다. 나 역시도 팀이 시즌 초에 잘 나가다 보니 기대치가 놓아졌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하면서도 "그러나 아직은 팀이 우승을 목표로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이 있다. 올해 당장 할 수 없는 부분은 앞으로 훈련을 통해 더 키워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운드와 타격이 조화를 이룬 LG는 정규시즌 50% 가까이 진행된 가운데 '빅4'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서 또 다시 2위로 올라가 선두 경쟁을 벌이면 좋다. 부상중인 주전선수들이 복귀하면 그럴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그러나 지나친 기대감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처럼 현재 냉정하게 LG 성적을 직시하며 격려하는 것도 필요하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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