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투수들의 특별한 '펑고 훈련'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2 10: 44

우완 노경은이 좌타석에 서서 가까운 거리의 동료 고창성에게 펑고를 때려낸다. 곁에서는 정재훈이 김상현에게 타구를 보내고 이혜천은 김강률의 들쭉날쭉한 타구에 점프 캐치를 시도한다. 두산 베어스 투수들이 경기에 앞서 가진 수비훈련 풍경이다.
 
두산 투수들은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특이한 수비훈련을 했다. 투수코치가 때려내는 펑고 타구를 일렬로 서서 받아내는 것이 아닌 2인 1조로 투수들끼리 서로 펑고를 때려내고 동료의 타구를 받는 모습이었다.

 
대개 투수들은 투수코치가 때려내는 정면 타구를 받아낸 뒤 투수코치 곁에 있는 훈련 도우미에게 공을 던지고 뒤로 물러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게 마련이다. 익숙했던 장면이 펼쳐지지 않았던 두산 투수들의 수비 훈련은 그래서 이채로웠다.
 
자신이 우투좌타 투수임을 경기 전 훈련을 통해 보여준 노경은은 "중학교 3학년 시절 오른손 중지가 골절되는 바람에 잠수함 투수를 상대로만 좌타석에 선 적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뒤이어 그는 "색다른 훈련이다. 김진욱 불펜코치께서 제안하신 훈련인데 재미있다"라며 웃었다.
 
선수 교체 빈도가 많아진 현대 야구인 만큼 투수에게도 타격감을 살려주기 위한 전략이었을까. 김 코치의 이야기에 궁금증이 풀렸다.
 
"펑고를 때려내는 거리가 야수들의 훈련과는 달리 가까운 편이지 않은가. 대개 투수들은 야수와의 송구거리가 짧을 수록 공 던지기를 어려워한다. 짧은 거리에서 공을 받고 상대가 방망이로 정확히 때릴 수 있도록 송구한 뒤 곧바로 날아오는 타구를 수비하는 반복 동작을 통해 간결한 송구를 유도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다".
 
그리고 김 코치는 뒤이은 말로 투수들의 '셀프 펑고'가 노리는 상승 효과를 이야기했다. 단순한 선수들의 재미만이 아닌 기본적인 수비력 함양을 위한 색다른 전략이라는 뜻.
 
"일단 타격과 멀어지는 투수들인 만큼 펑고를 때려내는 입장이 되면 아무래도 색다른 경험이지 않겠는가. 그리고 펑고가 익숙하지 않던 투수들의 타격인 만큼 타구가 일정하게 날아가지는 않는다. 들쑥날쑥한 타구를 수비하는 동작이 이어지면서 어느 상황에서나 기본적인 풋워크를 보여줄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자 한다".
 
김광수 감독대행 체제 이후 두산은 투타에 걸쳐 기본기가 바탕된 개개인의 경기력을 추구하고자 한다. 파격에 가까운 수비 훈련은 오히려 기본기를 제대로 쌓기 위한 또 하나의 방책이었다고 볼 수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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