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을 찾은 노경은의 볼 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2 07: 03

"에이, 제가 뭐 있나요. 나가서 제가 뭘 하겠어요".
 
리틀야구 사상 가장 교과서적인 투구를 보여줬던 소년. 성남고 시절까지만해도 또래들을 압도하는 경기력을 자랑하던 유망주. 그러나 데뷔 후 오랫동안 어둠 속에서 자신감까지 잃었던 청년. 그가 다시 마운드에서 씩씩하게 공을 던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 9년차 우완 노경은(27)의 이야기다.

 
노경은은 지난 21일 사직 롯데전서 6이닝 3실점으로 제 몫을 한 선발 이용찬의 바통을 이어받아 2이닝 퍼펙트 투구(탈삼진 3개)로 6-3 승리 발판을 마련했다. 그와 함께 노경은은 시즌 2승 째를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았다. 노경은의 올 시즌 성적은 17경기 2승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4.32.(21일 현재)
 
2003년 팀의 1차 우선지명(계약금 3억8000만원)으로 입단했던 노경은. 그러나 이듬해 병풍과 팔꿈치 부상에 휘말리며 잠시 공을 놓았던 노경은은 2007년 팀에 복귀했으나 '주변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투수로 시간을 보냈다.
 
그와 함께 선수 개인의 자신감도 뚝뚝 떨어졌다. 2군에서 만나면 노경은은 "저보다 다른 형이나 후배가 훨씬 더 나아요"라며 자조적인 웃음을 보였다. 팀 내 굴지의 묵직한 구위를 갖고도 스스로를 믿지 못하며 2군 생활에 젖어들었던 노경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질 때만 잘 던지는 투수'라는 오명이 붙었던 그는 6월 7경기서 1승 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12를 기록하며 팀의 셋업맨 후보로까지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김광수 감독대행 또한 "노경은과 김강률을 계투 승리조로도 활용해볼까 한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1년 전만 하더라도 투구 밸런스 불안으로 직구 평균 구속이 140km 초반에 불과했던 노경은은 현재 적어도 매 경기 148km 이상을 던지는 파이어볼러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 3일 경기서도 최고 150km의 직구를 꾸준히 구사한 노경은이다.
 
"2군에 내려간 뒤 투구 밸런스를 유지하는 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는 경기마다 적어도 직구 145km 이상은 던질 수 있게 되었어요". 그 이야기와 함께 노경은은 굉장히 오랜만에 마음에서 우러나는 환한 웃음을 보여줬다. 자책감에서 비롯된 허탈한 쓴웃음은 이제 없었다.
 
지금은 팔꿈치 재활 중인 우완 이재우는 후배 노경은에게 "언젠가 어떤 공을 던져도 타자가 널 무너뜨리지 못할 때가 올 거다"라며 격려했다. 노경은 또한 "점을 봤는데 장군이 칼을 뽑는 해라고 하더라"라며 기분 좋게 웃었다. 불과 몇 주 전까지 '역시나'라는 팬들의 달갑지 않은 시선을 감내해야 했던 노경은은 지금 자신이 오랫동안 숨겨왔던 보검을 꺼내들고 있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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