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훈 "3번의 오디션, 금욕의 6개월 거쳐 고지전 찍었다"[인터뷰]
OSEN 이혜진 기자
발행 2011.06.22 09: 53

여린 소년과 강인한 남자, 두 가지 다른 매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배우 이제훈이 올 여름 기대작 ‘고지전’(감독 장훈)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고지전’에서 이제훈은 나이는 어리지만 부대원들을 압도하는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악어중대 ‘신일영’ 대위로 분했다.
이 역을 얻기까지 이제훈은 3개월을 기다렸다. 이 캐릭터를 완벽히 소화하기 위해서 6개월이란 금욕의 시간을 견뎠다.

“보통 오디션은 한 번 보고 마는데 3개월에 걸쳐 3번의 오디션 봤다. 신일영이라는 인물은 중대장이란 높은 위치에 있지만 나이가 어리다. 그만큼 복합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아이 같은 순진함,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이끌어나가는 통솔력. 감독님은 그 어느 것 하나 빠뜨리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관객들이 이 캐릭터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감독님께서 주문을 많이 하셨다.”
이제훈은 신하균, 고수, 류승수, 고창석 등 충무로 최고의 배우들과 스타 감독이 만난 이 작품에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 이들의 조합만으로도 상상 이상의 영화가 탄생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꼭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3개월을 기다렸다.
“배역을 따내고 캐릭터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많이 질문을 던졌다. 외적으로도 신경을 많이 썼다. 시대적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였고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깡마른 모습으로 비춰지도록 몸을 다졌다. 그러면서도 나약해 보이지 않도록 촬영 끝나면 숙소에서 꾸준히 팔굽혀펴기, 윗몸일으키기를 하며 잔 근육을 만들었다.”
이제훈은 촬영이 끝난 뒤 벌어진 술자리에서도 자기관리에 소홀하지 않았다. 외모 역시 캐릭터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라 생각했기 때문. 아무 생각 없이 풀어져 놀기 보단 술을 자중하고 운동에 시간을 투자했다. 그렇게 6개월 간 힘든 현장 촬영이 끝났다.
 
배우로서 자기관리가 철두철미한 건 그가 남다른 이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데뷔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현 추세대로라면 이제훈은 '늦깎이' 신인이다. 어렸을 때부터 다분히 끼가 많았지만 배우는 그에게 막연한 동경의 대상이었을 뿐 도전 대상은 아니었다. 부모님의 권유대로 공대에 입학했고, 그의 삶은 그렇게 흘러가는 듯 했다.
그의 나이 22살. 변화가 찾아왔다. 배우에 대한 욕심이 남아있던 이제훈은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연기학원을 끊었다. 그 때부터 학원, 연극 극단을 쫓아다니며 빨래, 청소부터 시작했다. 연기를 배울 수 있다면 어디든 좋았다. 뮤지컬에도 출연했고 수편의 독립영화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4년간의 담금질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훈은 영화 ‘친구 사이?’(2009년)의 주연을 꿰찬 뒤 지난해에는드라마 ‘세 자매’에 출연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쌓았다. 그리고 올 초, 독립영화로는 이례적으로 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화제를 모았던 ‘파수꾼’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충무로의 차세대 스타로 떠올랐다.
‘파수꾼’으로 배우의 입지를 마련하긴 했지만 아직 ‘신인’이란 꼬리표를 떼지 못한 그에게 ‘고지전’은 상상도 하지 못할 큰 기회였다.
“어렸을 때부터 동경했던 선배들과 촬영장에 함께 서 있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했다. 선배들과 사담을 나누고,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같이 한 자리에 둘러 앉아 밥을 먹을 수 있다는 게 고된 촬영장에서의 낙이었다. 저녁식사 자리에선 반주도 한잔하면서 선배들과 정이 많이 들었다. 그들의 장점을 하나씩 모두 다 배우고 싶다.”
‘고지전’은 그에게 분명 힘든 경험이었지만 그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값진 교육의 현장이었다. 촬영장을 회상하며 연신 싱글벙글하는 그의 모습에선 또 한 계단 성장한 신인의 자신감과 성취감이 배어 있었다.
 
다소 늦은 시작에도 쉬이 가는 지름길보다 더디지만 착실한 정공법을 택한 이제훈. 앞으로 그의 이름 석자가 스크린을 점령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한국전쟁의 휴전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던 1953년 최전방 애록고지에서 벌어진 치열한 전투와 병사들의 이야기를 그린 휴면 전쟁 영화 ‘고지전’은 아비규환을 방불케 하는 최전방 고지의 교착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인간애를 그려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7월 21일 개봉.
tripleJ@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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