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프뉴스/OSEN=최고은 기자] 화려하게 장식된 예식장에서 멋진 턱시도와 웨딩 드레스를 입고 많은 하객 앞에서 예식을 치른 후, 폐백이라는 절차가 남게된다. 이 때, 폐백을 위해 신랑과 신부, 혼주까지 한복을 맞춰 입는다.
한복을 입고, 리허설이라고 불리는 웨딩 촬영을 겸하지만 만일 이러한 폐백 절차가 없다면 요즘 신랑, 신부들은 굳이 한복을 맞추어 입지 않을 것이다.
폐백 절차에 필요한 것은 비단 한복만이 아니다. 결혼식 후, 신부 집에서 시부모님께 올리는 첫인사의 표현이라 폐백 음식은 정성과 마음을 담아 준비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절차를 거치는 폐백이 왜 아직도 존재하는지,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 결혼 예식과 신혼 여행의 비행기 시간까지 쫓겨가면 해야하는 이유는 뭘까. 고급 전통 한복 '한복나라'의 윤지원 총괄이사에게 폐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가장 먼저 우리나라 전통 혼례절차부터 살펴봐야 한다. 유교식 혼인의례는 신랑이 신부 집에 가서 신부를 데리고 신랑 집으로 와 대례를 올리는 친영례가 기본이지만, 우리나라는 원래 신랑이 여자 집에 가서 부부가 되는 의식을 치른 후 신랑 집으로 가기 때문에 반친영이라고 한다.
오래된 우리나라의 혼인 풍속이 남자가 여자집으로 가게 되어 있지만, 사위가 처가에 머물기 때문에 '장가든다'고 이야기 한다. 그러나 유교의 영향으로 두 가지가 섞인 반친영을 행한다. 즉 신부 집에 초례청을 차리고 예식을 치른 후, 신랑 집으로 가서 폐백을 올리는 이중구조를 띤다. 이런 번거로운 폐백절차가 시댁 어른들께 식구가 되었음을 알리고 예를 갖추는 의식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오늘날은 신부 집에서 치러야 할 예식은 예식홀에서, 첫날밤을 치르고 신랑 집으로 가서 시부모님께 예를 갖추어 인사드리는 폐백은 예식장에 마련된 폐백실에서 행한다. 또한, 두 예식 사이에 있어야 할 첫날밤 절차는 신혼 여행으로 대체되었다.
원래 폐백 때는 전통 혼례복을 갖추어 입는데, 신부는 녹의홍상 위에 원삼 또는 활옷을, 신랑은 사모관대를 입는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혼례복은 폐백 때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입는 옷으로 인식되어 옷의 형태도 많이 변형되었다.
신랑의 옷인 단령의 깃에는 잣 물림 장식이 더해지고, 사모와 단령에는 화려한 금사가 사용되기도 한다. 또한, 90년대 말부터 비롯된 TV의 사극열풍으로 궁중가례에 사용되는 면복과 적의가 일반인의 혼례복에도 도입되며, 혼례도 점차 이벤트화 하는 성향이 나타나고 있다. 때로는 낮은 제작비를 들여 화려하게만 보이도록 제작해 정체불명의 옷이 되어버릴 때도 있다.
말하자면 혼례와 폐백 의례의 진정한 의미보다는 보여 지는 화려함에 치중하다보니 이러한 옷이 탄생된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화려한 신랑신부의 폐백 뒤에 절차 속에 담긴 의미를 한 번쯤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간략화, 현대화되고 있는 혼례풍속이 양가의 소중한 인연을 결합시키는 하나의 존엄한 절차라는 것을 잊지말고,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goeun@wef.co.kr / osenlife@osen.co.kr
<사진> 한복나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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