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상 아웃일 수 있었지. 그런데 슬라이딩을 잘했어. 공이 미트에 없기도 했고".
중심타자는 중심타자 노릇을, 테이블세터는 찬스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정명(正名)'이 일단 기본. 그러나 새 수장은 그 속에서 기본기와 임기응변이 바탕된 야구를 바랐다. 김광수 두산 베어스 감독대행의 야구론이다.

김 감독대행은 지난 22일 사직 롯데전이 비로 취소된 뒤 21일 고영민의 결승타 장면을 돌아보았다. 당시 9회초 1사 2루서 고영민은 중견수 앞으로 흘러가는 안타를 때려냈고 대주자 정진호는 아웃 타이밍에서 옆으로 흘러가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결승점을 뽑아냈다.
사실 정직하게 들어갔더라면 정진호는 아웃될 수 있었다. 그리 멀리 뻗어나간 타구가 아니었고 중견수 이인구도 앞으로 달려들며 홈으로 송구했다. 홈플레이트에서 약간 빗겨가기는 했지만 포수 장성우가 주자를 태그하기도 어렵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진호는 최대한 장성우가 태그하기 어려운 쪽으로 슬라이딩해 홈플레이트를 긁었다. 장성우가 미트에 공을 넣지 않고 태그를 시도하는 행운과 함께 이는 세이프로 이어졌다. 김 감독대행은 "진호가 슬라이딩을 잘했다"라며 이야기를 꺼냈다.
"덕아웃에서 봤을 때는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경기 타이밍 상으로도 그 때 득점을 해야 했고. 마침 진호가 슬라이딩을 잘했고 미트에 공이 들어있지 않았던 행운도 따랐다. 빈 미트로 태그했지 않았나".
수석코치 시절부터 김 감독대행은 공수 연결동작의 간결화, 창의적인 주루 플레이 등을 중시했다. 현역 시절 창의적인 2루수로 활약하며 '다람쥐'라는 애칭을 얻었던 김 감독대행은 기본기가 바탕된 '작은 야구'를 중시했다. '스몰볼'이 아니라 찰나의 센스와 기본기가 빛나는 순간을 칭찬한 것.
한동안 두산 내야수들은 '판대기'라고 불린 플랫 글러브를 이용해 수비 훈련을 하기도 했다. 그에 대해 김 감독대행은 "포구 후 군더더기 동작을 없애고 곧바로 송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발빠른 타자주자의 출루를 막기 위해서는 간결한 동작이 반드시 필요하다"라며 훈련을 중시했다. 다른 구단에서도 하는 훈련이지만 김 감독대행은 특히 이같은 모습을 강조했다.
주루 면에서도 김 감독대행은 "일단 뛰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결과에 관계 없이 거침없이 달리는 것이 중요하다. 리듬이 죽어버리면 그 속도를 상승시키는 데 힘이 드니까"라며 과감성을 중요시했다. 과거 '육상부 발야구'를 트렌드로 내세웠던 두산의 초심이 회복되길 바라는 한 마디.
젊은 선수들이 점차 인지도를 높이며 성장했다고는 하지만 두산은 '스타 야구'가 아닌 과감하고 창의적인 야구를 통해 상위권을 지켰던 팀이다. 분위기 반등을 노리는 김 감독대행의 시선은 기본기와 창의성을 향했다.
farinelli@osen.co.kr
<사진> 21일 롯데-두산전서 9회 정진호의 결승득점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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