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 올 줄 알았지".
삼성-한화전이 열린 23일 대구구장. 경기 전 한화 한대화 감독이 원정팀 임원실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불청객이 찾아왔다. 삼성 내야수 박석민(26)이었다. 한 감독은 박석민을 보고는 흠칫 놀라며 언더셔츠 소매를 바짝 끌어당겨 오른손을 가렸다. 박석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들고 있던 한 감독의 왼손을 노렸다. 박석민은 음료수를 전했지만 한 감독은 받지 않겠다며 필사적으로 피했다. 박석민이 한 감독 왼손을 쓰다듬는 순간 이상군 한화 운영팀장이 임원실에 들어오면서 상황이 종료됐다.
한 감독과 박석민 사이에는 유별난 징크스가 하나 있다. 박석민은 한화와 경기를 치를 때면 경기 전 꼭 한 감독을 찾는다. 한 감독의 오른손을 잡아야 그날 경기가 잘 풀리기 때문이다. 한 감독과 박석민은 2004년부터 2009년까지 6년간 삼성에서 코치와 제자로 한솥밥을 먹은 인연이 있다. 한 감독은 박석민을 아꼈고, 박석민도 한 감독을 잘 따랐다. 그러나 한 감독이 한화 사령탑이 된 뒤에는 이처럼 유별난 징크스가 생겼다. 그래서 삼성-한화전에서는 박석민과 한 감독이 서로를 찾고 피하느라 여념이 없다.

23일 경기 전 상황도 그랬다. 박석민은 "감독님이 소매로 오른손을 가리시더라"며 웃어보였다. 한 감독은 "박석민이 저 녀석, 미안하면 안 와야지. 난 안 올 줄 알았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박석민은 한화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 포함 5타수 5안타 6타점 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올해 한화전 10경기에서 타율 3할7푼8리 3홈런 13타점으로 최고 타율과 최다 홈런·타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박석민은 한 감독의 한화전 13경기에서 타율 3할8푼5리 4홈런 13타점으로 초강세를 보였다.
한 감독은 "오늘도 박석민이가 음료수를 들고 오더라. 완전 철판이야, 철판"이라며 못 이기겠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 박석민은 "감독님 왼손을 잡았다"고 했지만, 한 감독은 "손을 만지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3연전 첫 2경기를 내준 한 감독으로서는 어떻게든 박석민 징크스를 피하겠다는 의지. 이번에는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까.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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