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홈런이다.
2011시즌 프로야구도 24일 현재 263경기에서 97명 타자들이 109명의 투수를 상대로 382개의 홈런포를 폭발시켰다.
홈런 1위는 '빅보이' 이대호(29, 롯데 자이언츠)로 18개의 홈런을 날렸다는 사실을 대부분 안다. 그 뒤로 '최쓰이' 최형우(28, 삼성 라이온즈)가 23일 시즌 15호포를 쏘아 올리며 단독 2위에 올라있다. 그렇다면 올 시즌 382개의 홈런포 가운데 어떤 볼카운트에서 홈런이 가장 많이 나왔을까.

초구부터 풀카운트까지 총 12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초구가 78개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가 52개로 두 번째로 많았다. 볼카운트 1-0에서 나온 홈런 32개를 합하면 2구째에서 총 84개가 나와 초구보다 더 많지만 각 카운트 별로 놓고 보면 초구 홈런 비율이 20.4%를 차지했다. 물론 모든 모든 타자는 초구는 다 경험하지만 풀카운트까지 가는 비율은 높지 않다. 그러나 12가지 상황 중에서 가장 비율이 높은 세 가지 예를 가볍게 살펴보자.
▲왜 초구에 홈런 비율이 높을까?
볼카운트만 놓고 보면 12가지 경우의 수 중에서 초구 홈런은 압도적으로 높다. 가장 큰 이유는 모두가 초구를 경험하는 측면도 있지만 타자들의 노림수와 투수들의 적극적인 승부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투수들은 초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타자들과 볼카운트 승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지 못할 경우 다음 공에 대한 부담감을 갖게 된다. 즉,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할 경우 다음 공에서 0-2가 되지 않기 위해서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한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지다 보면 피홈런 비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투수들이 초구에 직구를 선호하는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반면 타자는 이를 역이용한다. 타자들은 투수가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는 사실을 미리 짐작하고 타석에 들어선다. 더불어 과거 데이터와 전력 분석을 통해 초구에 어떤 공을 잘 던지는지를 예상하고 그 구종을 노린다. 다른 어떤 볼카운트보다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높고, 타자의 노림수까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초구 홈런 비율이 높게 나타난다.

▲볼카운트 0-1에서 홈런이 두 번째네?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한 투수들은 볼카운트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초구보다 더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볼카운트 0-2가 되면 투수는 볼넷에 대한 압밥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투수는 사사구를 내주는 것이 안타를 맞는 것보다 더 안 좋다고 느끼기 때문에 최대한 스트라이크를 던지려고 노력한다.
타자는 이 기회를 또 놓치지 않는다. 타자의 관점에서 보면 투수가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보다 볼카운트 0-1에서 2구째 스트라이크를 넣을 확률은 더 높아졌다. 물론 수치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타자의 마음가짐은 더 적극적이 된다. 더불어 노림수는 더 커졌다. 예를 들어 투수가 초구에 직구를 던졌다가 볼이 됐다고 치자. 그러면 또 다시 직구를 던질 가능성이 높다. 타자 관점에서는 유리하다.
▲볼카운트 2-2에서 홈런도 많이 나왔네
42개의 홈런이 볼카운트 2-2에서 나왔다. 가장 큰 이유는 결정구를 던지는 투수와 결정구를 노리는 타자의 싸움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투수가 가장 고민하는 볼카운트가 2-2다. 풀카운트로 몰리면 볼넷 위험은 높아진다. 만약 누상에 주자가 있을 경우 자동적으로 런앤 히트가 걸려 선행 주자를 잡기가 어려워진다. 병살타를 유도하기도 힘들다. 투수 관점에서는 2-2에서 결정구를 던지는 것이 풀카운트 승부를 피할 수 있다. 더욱이 제구력에 자신이 없는 투수들의 경우에는 풀카운트라는 마음으로 던진다.
반면 타자들은 공 하나면 삼진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투수들보다 집중력이 더 높아진다. 투수가 적극적으로 스트라이크를 던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결정구를 던질 타이밍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특히 제구가 좋은 투수가 아니고서는 2-2에서 볼보다 스트라이크를 던질 확률이 더 높다는 점을 타자들은 의식하며 매섭게 배트를 돌려 홈런이 많이 나오게 된다.
▲0-3 VS 2-0, 극과극 볼카운트의 비밀
흥미로운 점은 볼카운트 0-3와 2-0, 극과극 볼카운트에서는 홈런이 각각 3개씩만 나왔다. 0.79%밖에 되지 않는 희귀한 확률이다. 보통 투수는 볼카운트 0-3에서 타자가 안 칠 것이라는 생각으로 가볍게 던진다. 타자들도 절대적으로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스윙을 해 범타로 물러날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하나 정도는 참는다.
그러나 볼카운트 2-0에서는 투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반대로 타자는 스트라이크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타석에서 심리적으로 쫓긴다. 당연히 투수는 유인구를 많이 던지고, 타자는 그 유인구에 속을 확률도 높아진다. 이 때문에 극과극 볼카운트에서는 홈런 비율이 1%도 되지 않는다. 물론 투수들의 투구수 비율을 따지기 보다 타자들의 관점에서 어떤 볼카운트에서 홈런을 쳤는지 보면 될 것 같다.
볼카운트별 홈런 비율에서 중요한 사실. 홈런은 투수에게 유리한 볼카운트보다 타자들에게 유리한 볼카운트에서 나올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투수 코치들은 투수들에게 귀에 못이 박히도록 "유리한 볼카운트를 가져가라"고 잔소리를 한다.
agass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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