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7구 8실점 완투패' 김광현에 대한 다양한 해석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1.06.24 07: 01

한 팀 에이스라 불리던 투수가 한 경기에서 그야말로 처참하게 몰락했다.
23일 광주 KIA전에 선발 등판한 SK 김광현(23)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악몽 같은 경기를 치렀다. 마지막까지 8이닝을 책임지며 완투했지만 8실점, 시즌 6패(4승)째를 기록했다. 무려 3개의 홈런을 포함 14개의 안타를 맞았다. 8개의 탈삼진은 의미가 없었다.
김광현은 이날 2007년 프로 데뷔 후 한 경기에 나올 수 있었던 최악을 모조리 기록했다. 한 경기 개인 최다 피홈런을 비롯해 한 경기 최다 피안타 기록을 떠안았다. 개인 한 경기 최다 실점과는 타이. 각종 불명예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운 것이었다.

2-0의 리드를 안고 있었지만 김상현에게 연타석 스리런포를 얻어 맞았다. 사실상 의욕을 잃은 김광현은 6회와 7회 1점씩 더 내주면서 팀의 2-8 패배를 고스란히 짊어졌다. 에이스 위용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김성근 SK 감독은 김광현의 총투구수 147개로 경기가 종료될 때까지 교체하지 않았다. 더구나 김 감독은 경기 후에도 김광현을 계속 마운드에 세워 놓은 배경 설명 없이 경기장을 나서 궁금증은 증폭됐다. 이에 크게 김광현과 팀을 위한 조치라는 긍정적 측면과 팀 에이스에 대한 혹사로 부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상반된 관점이 존재하고 있다.
과연 일찌감치 승패가 갈린 경기에서 에이스 투수가 147개를 던지면서 8실점 완투패한 것에 대한 해석을 어떻게 해야 할까.
▲징계성 투구다
우선 올 시즌 수 차례 쓴소리를 던졌지만 개선되지 않은데 대한 징계성 조치라는 해석이다. 김 감독은 "에이스라면 다음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며 "에이스라면 미리 어떻게 던져야겠다고 구상을 하고 나가야 한다"고 김광현에게 쓴소리를 던진 바 있다.
김광현은 3회 김상현에게 역전 스리런을 맞은 후 5회에는 쐐기 스리런포를 다시 허용했다. 같은 타자에게 연속 홈런을 내준 만큼 김광현의 교체는 당연해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그대로 김광현을 마운드에 던지게 했다. 2개의 홈런 모두 2사 후 볼넷이 겹치면서 나왔다. 쓸데없이 투구수를 낭비했다. 또 마운드에서는 자신 없는 듯한 표정 일색이었다.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라
징계성 투구와는 달리 현실을 냉정하게 직시하라는 메시지라는 관점도 있다.
김광현이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를 생각하며 구위를 찾으려 노력한다"는 인터뷰를 본 후 김 감독은 "앞으로 전진이 아니라 과거로 돌아가겠다는 뜻 아닌가"라며 "안되면 더 좋아지거나 스스로 뭔가 찾아서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 뒤를 돌아보거나 현재에 만족하고 있다"고 거침없는 일침을 가한 적이 있다.
그동안 김광현이 부진할 때마다 살아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KIA와 LG에게조차 당하고 있는 올 시즌의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라는 의미다. 김광현에 대한 김 감독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이라면 여기에 좀더 무게를 둘 수 있을 것이다. 김 감독은 김광현에 대해 "에이스도 아니다"고 평했다가도 결국은 다시 "역시 에이스"라며 치켜세우길 수차례 걸쳐 반복했다. 어찌 보면 역시 징계성 투구라고 볼 수 있지만 큰 맥락에서는 좀더 큰 투수가 되기 위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그래도 에이스다
어쨌든 한 경기를 책임지게 만들어 에이스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는 해석이다.
김광현이 홀로 마운드에 오른 만큼 팀의 승패가 자신의 손에서 결정됐다는 자각을 일깨우려는 의도다. 자신의 볼 1개가 경기 승패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새삼 느끼게 하려는 의도이다.
또 이날 경기는 김광현이 내준 안타 외에 다른 실책이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교체 타이밍이 지나면서 야수들의 집중도도 높아진 느낌이었다. 큰 점수차가 벌어질 경우 실책이 속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SK 야수들은 에이스가 마운드에 있는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LG전까지 생각한 포석
결국 LG와의 주말 3연전 때문이라는 예상도 설득력을 얻는다.
SK는 이날 참패하면서 3위 KIA와의 승차가 2경기로 줄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날 한화에 역시 8-2로 승리한 2위 삼성과의 승차가 없어졌다. 승률에서 6할3리와 6할이 각각 되면서 벼랑 끝에 서게 됐다.
더구나 주말 격돌하는 LG가 리즈, 주키치, 박현준 3명의 선발진으로 총력전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한 상태다.
선두 수성을 위해서는 무조건 이겨야 하는 상황. 따라서 중간 계투진에게 충분한 휴식을 제공, LG와의 3연전에 대비하기 위해 김광현 한 명으로 경기를 끝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뒤가 깔끔하지 못한 LG를 이기기 위한 첫 조건은 역시 중간 불펜진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어쨌든 김광현의 '147구 8실점 완투패'에 대한 정답은 김성근 감독이 쥐고 있다. 김 감독이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의견이 나올 전망이다.
letmeou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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