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기만 잘 넘기면 욕심 내볼 만한데…".
잘 나가던 한화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한화는 지난 21~23일 삼성과의 대구 원정 3연전에서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3경기에서 9득점하는 동안 무려 32실점을 했다.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올해 삼성을 상대로 3차례 3연전 모두 2승1패 위닝시리즈를 가져간 한화로서는 뼈아픈 3연패가 아닐 수 없다. 한화의 3연패는 지난달 3~5일 SK와의 대전 홈 3연전 이후 무려 7주 만이었다. 이 기간 동안 한화는 3연패가 한 번도 없었다.
어느 정도 예고된 고비다. 한대화 감독은 5월 말부터 줄곧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럴 만했다. 한화는 나이가 있는 베테랑 선수들과 풀타임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선수들이 중심이 되어있다. 경험이 풍부한 중견선수가 부족하다. 선수층도 얕은데 한 시즌을 온전하게 보낼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다 보니 한 번쯤 고비가 찾아올 것으로 보였다. '에이스' 류현진을 빼면 풀타임 선발투수도 없다.

일단 타자들의 페이스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베테랑 장성호(0.270)와 정원석(0.261)의 시즌 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나머지 선수들도 팀을 이끌어갈 만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대체할 선수가 마땅히 보이지 않는 게 현실이다. 여기에 상승세의 밑바탕이 된 젊은 선발투수들도 조기강판 또는 대량실점으로 무너지고 있다. 큰 점수차로 지는 경기가 많아진 이유다.
설상가상으로 8개 구단 중 가장 많은 69경기를 소화했다. 가장 적게 한 SK(63경기)보다 6경기나 더 많이 치렀다. 우천 연기가 2차례밖에 안 된다. 한대화 감독은 "선수들의 체력이 걱정이다. 야구를 잘 하려면 더울 때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선수들에게 "체력이 떨어지면 자세가 흐트러지고 생각도 달라진다. 많이 먹고 잘 자라. 많이 자는 것 만큼 체력에 좋은 건 없다. 밤에 허튼 짓하고 돌아다니면 스스로 인생을 까먹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선수들도 잘 알고 있다. 최고참 강동우는 "감독님이 가장 걱정하던 시기가 왔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욕심을 내볼만 한데…"라며 "투수와 야수 할 것 없이 모든 선수들이 체력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 체력이 떨어지면 자기도 모르고 폼이 변하고 구속도 떨어지고 집중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참으로서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있지만 결국 스스로 깨우치는 수밖에 없다. 알아서 웨이트도 많이 하고, 건강에도 신경 쓰면서 기초체력을 관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대화 감독은 "이제부터가 진짜 고비"라고 말했다. 5월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4월에 까먹은 게 워낙 많다. 조금이라도 미끄러지면 순위 싸움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 지난주까지 6위였던 한화는 7위로 한 계단 내려앉았다. 6위 두산과 승차도 1.5경기차로 벌어졌다. 하지만 5위 롯데와도 승차는 불과 2경기밖에 안 된다. 강동우는 "이 시기만 넘기면 해볼 만하다"며 의욕을 잃지 않고 있다. 올해 한화는 위기일수록 더 강해졌다. 7주 만에 당한 3연패의 아픔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지 한 번 지켜봐야 할 한화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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