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주-김선우가 보여준 '노마지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1.06.24 07: 01

중국 춘추전국시대 제나라 환공의 북녘 고죽국 정벌. 돌아오는 길에 길을 잃어 난관에 봉착했던 군대는 늙은 말을 앞장세워 험로에서 벗어났다. 전성 시절만큼 빨리 달릴 수는 없으나 나름의 지혜를 지닌 말의 경험을 높이 산 '노마지지(老馬之智)'의 고사 유래다.
 
두산 베어스의 '두목곰' 김동주(35)와 '써니' 김선우(34)가 파괴력이 아닌 노련미를 바탕으로 값진 팀 승리를 합작했다. 이들은 지난 23일 사직 롯데전서 각각 결승타와 6이닝 2자책 선발승을 기록하며 팀의 9-5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시즌 전적 28승 2무 35패(6위, 23일 현재)를 기록하며 5위(28승 3무 34패) 롯데와의 격차를 반 경기 차로 좁혔다. 아직 4위 LG와는 6경기 반 차로 벌어져 있으나 바닥까지 내려앉았던 팀 분위기의 반등을 노릴 수 있는 값진 승리였다.
 
특히 이들은 현재 몸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다. 나이가 있는 만큼 과거에 비해 운동능력이 다소 떨어진 김동주와 김선우. 김동주는 최근 골반 통증으로 인해 3루 수비 대신 지명타자로 타격에만 전념하고 있다. 김선우는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31이닝 연속 비자책 기록 이후 팔꿈치 부하로 어려움을 겪던 상황이었다.
 
그러나 팀이 걷잡을 수 없는 수렁에 빠져 7위까지 추락한 시점에서 그들은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더욱이 김경문 감독까지 중도 사퇴를 결정했을 정도로 두산의 위기는 심각했다. 반전 기회가 필요했던 순간 김동주와 김선우는 노련미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김동주는 4-4로 맞선 7회 1사 1,3루서 바뀐 투수 고원준의 3구 째를 당겨 3-유 간을 뚫는 결승 좌전 적시타를 때려냈다. 선발에서 계투로 깜짝 투입되어 빠르게 위기를 넘겨야했던 고원준을 상대로 김동주는 볼카운트 1-1에서 정확한 배트 컨트롤을 보여줬다.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천금 같은 안타였다.
 
김선우는 1회말 두 개의 볼넷과 하나의 몸에 맞는 볼로 사사구 3개를 내주며 1실점 하는 등 불안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이후 낮은 제구로 범타를 유도하며 페이스를 빠르게 가져갔다. 비록 불규칙바운드로 인한 내야수들의 실수로 6회 동점을 내주기는 했으나 자책점은 2점에 불과했다.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0km대 초반에 불과했으나 커터-투심 등 변화하는 직구 변종 구질로 범타 유도에 신경 쓴 김선우였다.
 
경기 후 김동주는 "(김)선우가 몇 경기 안 좋았는데 이 승리를 계기로 더 잘 되길 바란다. 경기 전 '널 승리 투수로 만들어주겠다'라고 약속했는데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다"라며 "아직 골반은 정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팀 승리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라는 말로 선수단 맏형의 책임감을 앞세웠다.
 
투수진 맏형인 김선우 또한 "최근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고 동점을 만들어 준 상황에서 내려와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었는데 곧바로 타자들이 득점을 해줬다"라며 "덕분에 자신감을 회복하고 팀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라는 말로 자신의 시즌 6승보다 팀 승리를 높게 봤다. 동료와 선수들을 먼저 생각한 형들의 한 마디였다.
 
두산은 8개 구단 중 가장 선수층이 젊은 축에 속하는 팀이다. 나이에 비해 큰 경기 경험이 많은 선수들도 많지만 젊은 선수들 만으로는 위기에서 빠져나오는 일은 분명 쉽지 않다. 이 가운데 '노마지지'의 활약상을 보여준 김동주와 김선우의 모습은 1승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farinell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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